[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토허제)를 1년 연장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는 분위기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시세 급등을 제어하고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복잡한 매수 절차로 인해 거래 침체를 유발하고 사유재산권을 국가가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던 제도입니다.
특히 집값 상승의 핵심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반포·한남동 등은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마저 불거지는 실정입니다. 아울러 오는 6월 예고된 대치·삼성·잠실동의 경우 재지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정…'갭투자' 불가
서울시는 지난 5일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1∼4구역) 등 총 4곳, 4.5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이들 4곳은 작년 4월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바 있는데요. 시의 이번 재지정으로 다시 내년 4월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유지될 예정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시세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에 설정되는 구역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며 매매나 임대는 금지됩니다. 실거주 요건 때문에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고, 수요층이 실거주자에 국한돼 집값 폭등 가능성이 다소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재지정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매매 거래량이 늘고 자본 유입이 증가하면서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죠.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는 6일 기준으로 2월(2460건)과 3월(2100건)에 각각 2000건을 돌파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0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10월(2197건) 이후 처음입니다.
주민 반발 확산…형평성 논란도
하지만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의 반발은 더욱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반포·한남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더해져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연초만 해도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매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정부의 연착륙 완화책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가능성도 제기됐는데요. 이에 따른 실망감도 더욱 배가되는 모습입니다.
목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조금씩 거래 이야기가 오가며 침체기 대비 일이 할 만해졌다고 판단했고, 토지거래허가구역도 곧 풀린다는 기대심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서울시 결정으로 일대 부동산은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근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목동은 재건축 이슈가 있긴 해도 빠르면 10년에서 보통 15년은 걸릴 만큼 소요 시간이 길다"며 "재지정 결정 전에도 호가만 형성됐을 뿐 거래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번에 풀릴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정말 막막하다"라고 우려했습니다.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끝나는 대치·삼성·잠실동 주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잠실동 일대 한 아파트 주민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 국가가 왜 개인의 재산에 개입하는지 의문이 든다. 2개월 후 지정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고민이 크다"며 "게다가 가격 상승 진원지인 반포동은 무슨 기준으로 빠졌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제도 시행에 일관성이 없어 서울시에 공식 항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시는 투기적 자본이 들어와 재건축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규제를 연장한 것 같다"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서 주택 가격이 잡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택 가격은 오히려 거시 경제 악화 등 외부 요인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도 일시적이거나 소규모 거래 중심으로 거래가 일어났을 것"이라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금융 비용이 증가한 데다 전세가율 하락으로 갭투자 비용도 올라갔다. 어차피 투기 자본이 들어가기 어려운 시장 여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치로 시장 실망감이 커지며 거래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며 "상승 기대심리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