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내달 강남·목동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만료되는 것을 두고 재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연초만 해도 극심한 부동산 업황 침체에 매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정부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완화책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 하락폭도 둔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제도가 해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립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현시점에서는 강남·목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일대 구역의 재지정, 해제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강남·양천·영등포 등 주요 재건축 단지(4.57㎢)는 내달 26일 지정 기한이 만료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시세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에 설정되는 구역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며 매매나 임대는 금지됩니다. 실거주 요건 때문에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고, 수요층이 실거주자에 국한돼 집값 폭등 우려도 적어집니다.
사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규제로 인한 복잡한 매수 절차와 주택 시장 침체를 유발하고, 개인의 재산을 국가가 침해할 소지까지 있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았던 제도입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그간 자유 경제시장 체제에서 거래 제약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어왔던 제도"라며 "사실 거래가 제한되면 시세 형성이 어렵고, 이로 인해 단지의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일도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초 시장에서는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 늘고 아파트값 둔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명분이 사라지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4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73건으로 전월(1420건) 대비 600건 이상 증가했습니다.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거래량이 매월 세 자릿수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아울러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1% 떨어지며 전주(-0.24%)보다 낙폭이 줄었습니다. 아울러 이는 4주 연속 하락폭 둔화입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유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지정돼 있다는 상징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게다가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공공성 확보와 거래 안정이라는 측면도 강조되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