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화그룹 총수일가 회사인 한화에너지와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 간의 내부거래 공시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화에너지의 발전사업은 한화솔루션에서 떨어져 나와 흡수됐으며 이후 줄곧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회사 기회유용 소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부거래 공시마저 부정확해 거래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입니다.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내부거래도 영업부채도 오차 커
17일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한화에너지로부터 1880억여원을 매입했다고 했는데 한화에너지는 2236억원을 팔았다고 공시했습니다. 한화솔루션이 팔고(9억원) 한화에너지가 매입(104억원)한 수치도 어긋났습니다. 양사 간 매출채권 등 영업부채도 불일치합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에너지에 대해 7440만원의 채권이 있다고 했는데 한화에너지는 23억여원 채무가 있다고 해 오차가 큽니다.
별도 기준으로도 양사 수치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2021년 내부거래 수치도 마찬가지로 연결, 별도 모두 조금씩 차이가 났습니다. 2년간 양사 수치가 일치한 것은 2021년 별도 기준 한화에너지가 7억1240억원 매입했다고 밝힌 액수(한화솔루션 매출과 동일) 뿐이었습니다.
일례로 한화솔루션과 거래하는 여천NCC는 매출 1조8063억원, 매입 296억원 등 2년간 내부거래 수치가 모두 일치합니다. 여천NCC는 공동기업이라 교차검증이 가능합니다.
수치 오류는 불성실 공시 사례입니다. 내부거래 수치가 작거나 크게 표기된 경우 의도적 과소계상이나 분식회계 의혹도 받습니다. 공정거래법 제130조 제1항 제4호는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부거래 쌍방의 수치는 같아야 한다”라며 “중요성 기준을 초과하면 감리를 통해 조치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치가 왜 차이나는지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일가족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이며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규제 대상입니다. 한화솔루션도 상장회사인 만큼 공시 정보의 투명성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양사 회계 정보를 감리하는 회계법인은 한화에너지의 경우 작년까지 3년간 삼정회계법인이었습니다. 한화솔루션도 최근 2년간 삼정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지주회사 한화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 삼정회계법인 회계사를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영입했습니다. 이해관계 있는 이사회 영입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화그룹은 과거 특정 회계법인과 공모했던 전례도 있습니다. 한화에너지 전신인 한화S&C 주식 저가매각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가격 산정을 위해 삼일회계법인이 감정을 수행했는데 그룹 경영기획실 담당자들이 회계법인에 주식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회계사들이 수치들을 조정한 사실이 적시됐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일부 오류 등 작게 보고 무죄 판결했으나 회계법인과의 유착이 드러난 사례입니다.
"총수일가에 부의 집중, 개선해야"
공정위는 예전 한화S&C가 분할하기 전 IT서비스 사업 관련 사익편취 혐의가 있는지 5년간 들여다보다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한 바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풀렸다는 입장이지만 조사가 어렵다는 결론이지 혐의가 없다는 판단은 아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공정위가 한국타이어그룹 내부거래 사익편취 혐의로 한국타이어 법인만을 고발했지만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조현범 회장까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등 사정당국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래 한화에너지의 내부거래가 많은 열병합발전사업은 한화솔루션에서 분할됐습니다. 한화솔루션으로선 전력을 외부에서 사올 필요가 없었으나 사업 분할, 매각을 통해 총수일가 회사에 일감을 안겨준 셈입니다. 시장에선 이를 기회유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애초부터 한화에너지는 계열사들의 기회유용 논란 속에 수직계열을 구축하고 내부거래로 커왔습니다. 과거 삼성그룹 내 방산, 화학 계열사를 인수할 당시에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외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인수주체로 참여, 결과적으로 한화케미칼은 인수자금만 대줬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사익편취규제 일감몰아주기 혐의는 거래 가격 등에 대한 부당성 여부를 밝히기 어려워 고발까지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많다”라며 “그럼에도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해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고려하면 내부거래 자체가 많아 지배주주일가에 부가 집중되는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화그룹 측은 "내부거래를 포함한 공시는 문제가 없다"라며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일부 금액차이는 한화에너지 자회사인 한화임팩트의 매출 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별도 기준 차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가세 처리 방법에 따른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치가 같았다가 다른 부분은 "매입물건에 대해 부가세 신고를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1월10일 창업주 탄생 100주년 행사에 참석한 한화그룹 총수일가.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