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현대차·기아…해법은 현지공장·리스차

현대차·기아, 미 전기차 보조금 명단 포함 안돼
7500달러 보조금 받는 전기차 테슬라 등 16종
2025년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 돼야

입력 : 2023-04-18 오후 4:26:2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보조금 대상 명단에 들지 못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내에서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줄이고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던 계획이 IRA에 발목잡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에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리스 시장을 공략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 재무부는 17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는 테슬라 등 16개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날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를 비롯해 쉐보레 볼트, 이쿼녹스, 포드 E-트랜짓, 머스탱 등 미국 제조사 차량만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까지는 13개 브랜드가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번에 보조금 요건을 맞추지 못한 한국과 일본, 독일 등 7개의 브랜드는 빠졌습니다. 구체적으로 현대 제네시스와 아우디, 닛산, BMW, 폭스바겐 볼보 차량이 제외됐고, 미국 브랜드 중에서는 리비안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기존에는 북미산 조립 요건만 맞추면 보조금 지급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엄격해진 배터리 요건을 맞춰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대상 차종이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그래픽=연합뉴스)
 
현대차그룹, IRA 돌파구는 현지공장·리스차
 
미국내에서 전기차 판매가 막힌 현대차그룹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내연기관차를 줄이고 전기차 판매를 늘리려던 현대차그룹의 계획이 미국의 IRA 발효에 발목이 잡힌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은 △2018년 126만7618대 △2019년 130만4109대 △2020년 120만8374대 △2021년 148만911대 △2022년 147만4224대로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은 꾸준한 상황입니다.
 
다만,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IRA 기준이 엄격해졌지만, 전반적으로 혜택을 받는 차종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수요에 따라 최대 50만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또한,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GV70 배터리를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방법도 존재합니다. 중고 전기차와 새 전기차의 리스(할부)차량으로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한 외국산 전기차라도 중고 전기차로 구입하면 미국 소비자들은 4000달러의 세제혜택을 받게 됩니다. 실제 미 국세청(IRS)은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일지라도 중고차로 구입할 경우 4000달러까지 세제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고지해 놓았습니다.
 
아울러 새 전기차를 구입하더라도 리스로 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 등 외국산들도 7500달러씩의 세제혜택을 받게 됩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다수의 자동차 제조판매사들이 자동차 할부 융자와 리스, 중고차 판매를 연계 운영하고 있어 새 전기차의 리스 차량을 대거 활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현행 규정상 상업용 차량으로 대량 구입한 후에 고객들에게는 리스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새 전기차들도 대거 리스해주며 세제혜택을 받게 유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앨라배마 공장(사진=현대차)
 
'위기를 기회로'…전기차 공격적인 투자
 
미국의 연이은 규제 발표가 현대차그룹에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모두 어려운 만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면 오히려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이번 정책 발표는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현대차와 기아도 조금더 공격적으로 전략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이번 정책 발표가 미래 먹거리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 도약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전용 플랫폼 제품 라인업 다양화, 전기차 성능의 핵심 배터리와 모터 등 PE(Power Electric) 시스템 고도화, 1회 충전 주행거리(AER) 증대 기술 개발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상품성을 강화에 나섭니다.
 
전기차의 원천적인 성능 향상을 위해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2025년 도입하는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비롯해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하에서 차급별 다양한 전용 플랫폼들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를 적용한 플랫폼은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제품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미국 전기차 중장기 전략을 수정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목표치 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2022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목표를 2030년까지 58%로 제시했습니다. 기아는 지난 5일 '2023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미국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47%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표진수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