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초음파 기기의 발달과 함께 최근에는 출산 전 태아의 여러 선천적 기형이 진단되는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중 선천성 수신증은 태아 100명 중 1~5명 정도가 앓는 질환으로 출산 전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비뇨기 계통의 이상으로 알려져 있죠.
선천성 수신증은 폐쇄성 요로 질환 또는 방광 요관 역류 등이 원인이 돼 소변이 배출되지 않아 압력이 증가해 신장의 신배와 신우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신장은 혈액에 존재하는 노폐물을 배출하는 정화조와 하수구의 역할을 하는 장기입니다.
혈액이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이 만들어지고, 콩팥의 가장 안쪽 부분인 신배와 신우에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요관으로 흐르게 됩니다.
요관을 거쳐 방광에 모인 소변이 어느 정도 차면 요의가 느껴지고 몸 밖으로 배설되는데, 소변이 흐르는 통로 중에 일부분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그 상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높아진 압력 때문에 해당 부분은 팽창하게 됩니다.
(사진=픽사베이)
방치하면 '만성신장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수신증은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과다하게 모여 신우가 확장된 상태인데 방치할 경우 콩팥 위축과 함께 콩팥의 기능 상실을 유발할 수 있지만, 다행히 수신증을 가지고 있던 태아 중의 약 80% 정도는 출생 당시 어떤 증상이나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으며, 절반가량은 출생 시에 이미 증상이 소실되기도 합니다. 또한 출생 후에 수신증이 유지되더라도 상당수는 1년 이내에 자연 소실 되기도 하죠.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수신증이 악화돼 콩팥 기능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합니다.
선천성 수신증의 주된 원인으로는 폐쇄성 요로 질환과 방광요관역류이며, 폐쇄성 요로 질환은 말 그대로 소변이 지나는 길 중에 일부가 막히는 것으로 주로 신우와 요관의 경계 부위가 좁아진 경우가 많습니다.
방광요관역류는 소변이 방광에서 요관 또는 콩팥까지 거꾸로 역류하는 질환으로 소변을 보는 중에나 소변이 방광에 모이는 동안에 일어나며, 반복적인 영유아 요로감염의 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외 한 개 이상의 콩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콩팥 안쪽에서 다수의 체액이 가득 찬 주머니(낭종)가 나타나는 다낭형성이상신장, 하나의 콩팥에 두 개의 요관이 연결되는 중복요관, 방광출구에 소변의 흐름을 막는 비정상적인 점막주름이 존재해 요도가 막히는 뒤요도판막 등이 선천성 수신증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신증은 원인과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도의 수신증에서는 대개 무증상이지만, 양측 요로폐쇄가 심한 경우에는 구역, 구토, 소변량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신생아기에 복부 덩어리가 만져질 수도 있고, 요로 감염이 동반된다면 발열, 혈뇨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콩팥 결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수신증 있어도 '정상분만 문제없어'
선천성 수신증을 포함한 선천 신요로기형은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하는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임신 시 발견된 선천성 수신증, 특히 임신 중기에 발견된 수신증은 출생 후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태아에게 수신증이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 정상 분만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서 출산할 때까지 지켜보고 이후 증상의 유무에 따라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형은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출생 후에는 일차적으로 콩팥·방광 초음파검사를 하게 되고, 경미한 수신증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며 추적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교수는 "추가적으로 만 2세 이하의 영유아에서는 요로감염의 빈도가 높아 정기적인 소변검사와 함께 수신증의 정도에 따라 방광요관역류 검사, 이뇨성 신스캔 검사 등을 시행해 수술의 필요 여부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신증이 심한 경우 방광요관역류가 배제되면, 콩팥의 배뇨기능과 요로 폐쇄 여부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신스캔 검사를 시행한다. 요로 폐쇄가 확인되거나 추적검사에서 콩팥 기능의 감소가 나타나고, 반복적인 요로감염이 지속된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신우성형술이 있는데, 신우와 요관 경계부의 좁은 부위를 절제하고 새롭게 신우와 요관을 문합하는 방식이다. 이외에 요관 스텐트를 설치해 소변이 내려가는 길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임 교수는 "선천성 수신증의 대부분은 심각한 상태가 아니며, 출생 후 외과적 수술 없이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소아청소년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 또한 선천성 수신증을 포함한 선천 신요로기형이므로 막연한 낙관 또한 금물"이라며 "무엇보다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서 정확한 검사를 통해 수신증의 원인 질환을 찾고, 적절한 치료 및 추적검사를 받는 것이 콩팥 기능의 보존에 필수적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