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관련주 열풍이 불면서 원재료인 리튬과 니켈 등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들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가 수백 퍼센트 급등하며 엄청난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리튬, 니켈 신사업을 발표한 일부 코스닥 상장기업 등은 ‘실체없는 주가 띄우기’가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스닥 시장의 리튬과 니켈 광풍 역시 시장을 흔드는 잠깐의 테마에 그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리튬·니켈 관련주 급등…원인은 양극재
리튬과 니켈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등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그에 따른 양극재 수요 증가가 있었습니다. 양극재는 2차전지 핵심 소재로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죠.
리튬과 니켈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등에 사용되는 원료입니다. 양극재 생산에는 전구체(중간 물질)가 필수적인데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료금속을 섞어 화학반응을 일으킨 물질을 ‘전구체’라 부릅니다. 여기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되며, 원료의 조합에 따라 여러 가지 조합의 양극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0~70% 가량을 차지하며, 나머지 30~40%를 리튬 가격이라고 볼 수 있죠. 리튬·니켈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입니다.
‘프레임’ 씌워진 리튬 값…현실은 급락세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과 니켈 등 양극재 원료의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리튬을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1월 kg당 37위안 수준이던 리튬 가격(탄산리튬 기준)은 지난해 11월 kg당 581.5위안으로 고점을 찍었습니다. 2년여 만에 가격이 16배가량 급등한 겁니다.
리튬 관련주들의 주가 급등에는 언론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2차전지와 관련해 리튬 가격 상승에 대한 기사들이 자주 나왔죠. 일론 머스크의 “리튬 정제는 돈 찍는 사업”이라는 언급까지 더해지자, 시장에선 리튬 가격이 상승 ‘일변도’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증시에선 리튬이라는 하나의 테마가 만들어졌죠.
그러나 기간을 10년 단위로 늘려보면 그간 리튬 가격은 3차례 정도 급등락이 있었습니다. 최근 급등에 앞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리튬가격은 kg당 155위안에서 33.5위안까지 급락했죠. 당연히 리튬 생산 기업들은 감산을 시작했고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리튬 가격이 폭등했죠.
투자자들은 리튬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있지만 리튬 역시 과거 반도체 품귀현상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튬 가격 상승에 맞춰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죠. 실제
후성(093370)의 경우 지난 14일 전해질 소재인 육불화인산리튬(LiPF6) 생산 중단을 결정했는데요. 재고 상승과 원가 부담이 이유입니다.
지난 18일 기준 리튬 가격은 kg당 179.5위안으로 전 고점 대비 70% 급락했습니다. 중국 현지에선 탄산리튬 가격이 kg당 100위안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죠.
한수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탄산리튬, 수산화리튬의 가파른 내림세는 점차 하향 안정화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리튬 자원 신규 공급량이 확대되면서 가격 내림세를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코발트, 니켈 가격도 하락세입니다. 지난해 3월 8만2700달러까지 치솟았던 코발트 가격은 2년 전 수준인 3만달러대로 회귀했고 니켈 가격은 지난해 3월 고점(4만2995달러)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세계 리튬 대장주, 주가 40% 하락…국내 중소기업은 10배 급등
뉴욕 증시에선 이미 관련주의 주가하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리튬 업체인 앨버말(ALB)은 18일(현지시간) 205.95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지난해 11월 고점(334.55달러) 대비 4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면 국내 증시에선 리튬, 니켈만 언급되면 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달간 주가 상승률 상위 10곳 중 9곳이 리튬·니켈 관련주죠. 이브이첨단소재(624.67%)가 주가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알에프세미(509.92%)는 2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이나믹디자인(303.30%)과 이화전기(244.56%), 중앙디앤엠(209.60%), 자이글(197.07%), 이아이디(180.97%), 엔투텍(177.34%) 각각 4~9위를 기록했습니다.
리튬·니켈 관련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신사업에 대한 검증없이 주가부터 급등하고 있어섭니다.
특히 리튬 정제사업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신사업 추진이 실제 사업성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리튬 추출은 염호추출과 광석추출 방식으로 나뉘는데요. 염호추출의 경우 초기투자비용이 매우 많이듭니다. 광석추출은 에너지 비용이 높게 들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하락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광산 지분확보 등의 자금도 필요하죠.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POSCO홀딩스(005490)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투자를 시작해 이제야 빛을 보고 있는데요. 초기투자비용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염호에 2조4000억원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총 5조원가량의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미국과 남미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겠다고 밝힌 지엔원에너지의 경우 지난해부터 전환사채(CB),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모두 합쳐도 700억원 수준이며, 현재 투자비용은 194억원(지분투자)에 불과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에선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비롯해 수많은 테마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면서 “급등주들의 리튬·니켈 신사업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단순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수많은 테마주들의 경우 결국 주가는 회귀하기 마련”이라고 덧부터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