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올린 교촌…"실적은 10분의 1토막"

교촌 작년 영업익 29억…전년비 89.8%↓
교촌 측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가맹점 부담 나눈데 따른 결과"
가격 인상 주도 악영향…"소비자 외면도 감당해야"

입력 : 2023-04-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교촌이 '치킨 빅 3' 중 가장 저조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분의 1토막으로 곤두박질친 것입니다.
 
교촌 측은 지난해 급격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저하라 해명했지만, 업계는 시장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가맹점주 수익성 확보 차원의 선제적 가격 인상이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F&B)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4989억원, 영업이익은 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4935억원) 대비 1.1%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280억원보다 89.8%나 급감했습니다.
 
bhc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418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줄었습니다. 매출은 5075억원으로 전년보다 6.4% 올랐습니다.
 
BBQ는 매출이 4188억원으로 교촌보다는 낮지만, 전년 대비 매출 상승폭은 15.6%로 교촌을 상회합니다. 또 영업이익은 641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38억원 상승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촌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인 원부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당사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가맹점이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을 본사가 분담한 점도 한몫했다"며 "예컨대 지난 2021년에 소비자 가격을 올렸을 때 닭고기의 경우 가맹점 납품가를 올리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외 환경에 놓였던 것은 bhc, BBQ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약 10년간 물고 물리는 소송 혈투라는 번외 이슈까지 있었음에도 작년 실적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업계는 이 같은 실적 저하는 교촌이 업계에서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교촌은 지난 2021년 11월 당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제품 가격을 평균 8.1% 인상해 소비자들 원성이 상당했습니다. 이후 같은 해 bhc가 가격을 1000~2000원 올렸고, BBQ도 지난해 들어 2000원 정도 가격을 높였습니다.
 
게다가 교촌은 이달 3일부터 가격을 품목별로 500~3000원 인상했습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불매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명확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치킨 업계에서 교촌의 선제적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물가 상승이라는 대외 변수까지 합쳐져 실적이 악화했다는 분석입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치킨의 원재료인 닭고기 가격이 10년 넘게 3000원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기간 치킨 값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며 "교촌이 아무리 이에 대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해도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기업 입장에서 이윤 추구가 당연하긴 하나, 거듭된 선제적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외면도 교촌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시민이 서울 소재 교촌 치킨 매장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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