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최근 4주 연속 상승하면서 해운업계 통상적인 손익분기점 돌파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운임 폭락과 비수기 시기가 겹친 지난 1분기 대비 오는 2분기 실적은 추정치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주는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3분기 이후의 상황을 선사들이 대비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경기를 뜻하는 SCFI는 지난 21일 기준 1037.07포인트(p)로 나타났습니다. 전주 대비 0.33% 소폭 상승하며 1000선 초반에서 보합세를 보이는 모습입니다. SCFI는 지난달 17일(909.72p)까지 매주 등락을 반복하다 그 다음주인 24일(908.35p)부터 최근까지 상승세를 잇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SCFI가 1000선을 웃도는 원인을 해운사들의 선박 공급조절과 운송계약(SC) 갱신 등의 효과로 분석했습니다. 공급조절의 경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단군이래 최고 해운업계 호황이던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글로벌 물동량이 줄자 해운사들은 선박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선박 저속운항과 노후 선박 폐선, 임시 결항(블랭크 세일링) 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물동량인 수요가 줄었으니 공급, 즉 선박을 줄여 격차가 커진 수급불균형을 조절하는 겁니다. 따라
서 운임 추락을 막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선들이 입출항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여기에 화주와 선사 간 맺는 장기운송계약 갱신 시기가 겹친 것도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보통 운송계약 협상은 4~5월 종료되거나 마무리됩니다. 이 협상에서 선사들이 계약 전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을 펼친 게 SCFI 상승세를 잇도록 도왔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운업계는 장기운송계약 시즌"이라며 "선사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을 펼쳐 운임 인상 회복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대비 폭락한 SCFI가 손익분기점을 웃돌면서 단기적인 실적 개선이 전망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011200)의 이번 1분기 실적추정치(컨센서스)는 매출액 2조5456억원, 영업이익 728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48%, 77% 급락한 수준입니다. 실적 추락 이유는 물동량 급감이 가장 컸고, 4분기부터 시작된 비수기 시기도 추락폭을 키웠습니다.
당초 증권가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져 올해 HMM 영업익의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봤습니다. HMM의 2·3분기 영업익 추정치는 각각 7234억원·5249억원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SCFI가 800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떨치고 1000선을 넘겼습니다. 이에 2분기 실적이 추정치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입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해운업계 내에는 2분기까지 운송계약, 성수기 등의 호재로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특히 추락세가 계속됐던 미주노선이 크게 오르면서 HMM 실적도 추정치보다 반등할 기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해운사, 사업 확장 없으면 안돼"
하지만 장기적으로 해운 경기 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봤습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요인은 많지만, 해운사들의 공급 감소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구 교수는 "SCFI가 반등한 건 사실이나 해운사들의 임의적으로 수급균형을 맞춰 일시적인 효과를 내는 건 한계에 도달했다"며 "전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미-중 무역전쟁,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 등에서 한국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상운송의 수요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선박 공급은 계속될 것"이라며 "SCFI가 잠시 반등했다고 착각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HMM CI.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