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두 군데 이상에서 동시에, 혹은 1년 이내의 시간차를 두고 여러 개의 암이 생기는 다발성 위암은 진단 과정에서 종양을 간과할 위험이 있고, 완치도 어려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65세 이상 남성에서 발생할 위험도가 높은 다발성 위암은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남아있는 위의 다른 곳에서 시간차를 두고 암이 새롭게 생겨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국가암검진의 활성화와 암 질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위암 조기 진단율이 80%를 넘어설 정도로 크게 상승하고 있는데요.
이에 힘입어 치료가 어려운 3-4기 위암으로 진행되기 전 성공적 제거로 완치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는 동시에, 내시경 절제술과 복강경 수술 등 위암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며 1995년 43.9%에 불과했던 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최근 78%까지 증가했습니다.
조기위암 발견시 '다발성 위암' 고려해야
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에는 위 선암과 림프종, 위 점막하 종양, 평활 근육종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위 선암이 98%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위암은 일반적으로 위 선암을 의미합니다.
위암은 위의 점막에서 발생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하층, 장막층으로 침윤합니다.
위암은 점막 또는 점막하층을 따라 위 내에 넓게 퍼지기도 하고, 점막층에서 장막층을 향해 깊이 퍼지기도 합니다. 위 주변의 임파선을 따라서, 혹은 혈류의 파급에 의해 간, 폐, 뼈 등의 여러 부위로 퍼질 수 있습니다.
위암의 원인으로는 만성 위축성 위염, 장 이형성, 위소장 문합술, 식이 요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감염, 유전 요인, 기타 환경적 요인 등이 있습니다.
위암의 증상으로는 상복부 불쾌감, 상복부 통증, 소화불량, 팽만감, 식욕 부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위염이나 위궤양의 증세와 유사해 수술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위암을 조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점차 진행돼 복부에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습니다. 또한 구토, 토혈, 하혈, 체중 감소, 빈혈, 복수에 의한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암은 꾸준한 정기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면 비교적 예후가 좋지만 아직까지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습니다. 그중 다발성 위암은 동시에 발견된 경우 동시성(synchronous) 위암과 시차를 두고 발생할 시 이시성(metachronous) 위암으로 분류됩니다.
다발성 위암은 진단 과정에서 일부 동시성 위암을 놓칠 위험이 있고, 또한 발견된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남아있는 위의 다른 곳에서 이시성 위암이 새롭게 생겨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다발성 위암' 관련 연구 많지 않아
현재까지 다발성 위암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하고, 기존 연구의 경우 표본이 작은데다 조기 위암 환자에 국한되는 한계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발성 위암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암의 개수보다 조직학적 분포라는 사실이 규명됐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행성 위암(3~4기)을 포함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1만4603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분석을 실시한 결과 다발성 위암은 4.04%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 다발성 위암은 4.04%에서 발생했고(조기 위암 5.43%, 진행성 위암 3.11%), 일반적인 단일 위암 대비 남성(1.7배), 65세 이상 고령(1.5배), 조기 위암(1.9배)에 해당할 시 위험도가 크게 증가했지만, 다행히 암의 개수 자체는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발성 위암은 일반적인 위암과 마찬가지로 조직학적 측면에서 덩어리 암인 장형이 작고 넓게 퍼진 암보다 예후가 좋았고, 미만형 위암이 있더라도 장형 위암이 한 개라도 있을 경우에는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65세 이상 남성에서 조기 위암 소견이 보이면 다발성 위암을 염두에 두고 세심한 검사를 통해 추가적인 병변이 있는지 확인해야하며, 다발성 위암으로 진단될 시 조직학적 분포 측면에서 장형 위암의 존재 유무를 통해 그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의미가 깊은데요.
김 교수는 "고령 남성의 경우 다발성 위암을 고려해 암을 처음 발견했을 때 종양이 여러 개가 있지 않은지, 또 제거술을 받은 후 추적 관찰을 할 때도 다른 부위에 위암이 생기지 않았는지 세심한 검사가 필요하다"며 다발성 위암으로 여러 개의 종양이 발견되더라도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것을 권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