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7일 간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윤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최대 규모 경제 사절단이 꾸려진 만큼 그룹 총수들은 각사 사업 확장과 현안해결 등 경제성과 달성 총력전에 본격 돌입할 관측입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국내 기업인 122명의 경제사절단은 전날부터 5박7일간의 일정에서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합니다. 경제사절단은 이날 투자신고식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한미 첨단산업포럼 등의 행사에 참여합니다. 이후 사절단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 △MIT 디지털 바이오 석학과의 대화 △한미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 경제 일정을 마칩니다.
대통령실은 방미 경제사절단이 지난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으로 이뤄냈던 경제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경제사절단은 총 48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국부 펀드 300억달러 투자성과를 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 도착해 교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룹사 별 방미 기간 중 미국 '타겟팅'
이번 방미 일정에 맞춰 각 그룹사들은 미국 겨냥 경영전략 펼치기에 나섰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총 50억달러가 투입되는 미국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건을 확정했습니다. 이번 투자 건은 현대차그룹과 SK온이 절반씩 투자금을 부담합니다. 양측은 첫 전기차·배터리 동맹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이날 정기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한 SK온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 법인 설립안건을 승인했습니다. 현대차그룹측과 SK온측의 투자 비율은 50%씩입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각각 25억달러를 부담합니다. 한화로 약 3조25000억원 규모입니다. SK온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번 투자건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MOU를 맺은 바 있습니다.
미국 재너럴모터스(GM)와 삼성SDI도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합작 건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7500달러의 보조금이 걸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2032년까지 신차의 3분의 2 수준을 전기차로 판매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에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미국 시장을 노린 협력이 계속되는 겁니다.
LG그룹의 구 회장도 전기차 배터리와 핵심 소재와 관련한 미국측의 협력을 요구할 전망입니다. 현재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배터리 보조금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업계 관측이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배터리 판매가 급증한 데다, 미국 IRA 시행으로 세액공제가 적용되면서 수익성이 향상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밖에 삼성그룹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보조금 문제 합의점 도출에도 집중할 전망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입, 미 텍사스 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무리한 조항 때문에 최종 결정을 망설이는 상황입니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5년간 총 527억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보조금 지급 신청 조건으로 해당 기업의 기밀정보 제공과 초과이익 환수, 중국 투자 제한 가드레일 조항 등을 걸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보조금 신청이 유력하지만 독소조항에 고민 중입니다.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미국 주도 공급망 이탈 신호를 미국에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에 미측과 기밀 자료 제출 범위 최소화 등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SK그룹의 최 회장 역시 이번 방미 일정에서 미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방침 조항의 우려 해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스를 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