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해 전 직원에게 특별성과금을 지급 했는데도 일부 계열사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성과금은 연간성과급 외 추가로 지급된 성과금이지만 노조는 추가로 해외여행·주식 등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최대 실적에 따른 특별성과금으로 400만원의 격려금과 주식 10주, 기아는 400만원 성과금과 주식 24주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에도 성과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직원에게 300만원씩 주기로 했습니다.
정의선 "회사 성과에 따라 보상·승진 반영"
현대차그룹이 특별 성과금을 주는 이유는 지난해 실적이 큰 폭으로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매출 142조 영업이익 9조80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성과를 내면 공정하게 평가해 보상한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정 회장은 그룹 임직원 대상 미팅에서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청취한 적 있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논란이 일어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년도 연봉을 반납하겠다며 직원 달래기에 나서자,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직원 처우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면서 입니다.
당시 정 회장은 "회사에 기여를 한 데 비해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했고 자신도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라며 직원들의 불만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해 보상이나 승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과금과 인사를 더 정확하고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
노조 요구 '산넘어 산'…전문가 "노조, 회사 어려울 때 책임져라"
문제는 정 회장의 통 큰 선택에도 노조들은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특별 성과금이 연간 성과급이 아닌 직원들 격려 차원의 지급으로 계약직과 사내 협력사 근로자들을 대상으로도 별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급됐는데요. 노조들은 여기에 추가로 해외여행, 주식 지급 등을 더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아 노조는 장기근속자, 정년퇴작자 대상 이문화체험(해외여행) 행사를 복원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아 노사 단체협약에는 해외여행 등 장기근속자 우대 조항이 있습니다. 최근 2020년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이를 중단하고 200만원 수준의 현금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기아 노조는 "이문화체험은 잠시 중단됐던 것이지 신규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며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노조는 기존에 시행됐던 각종 행사를 시행해 복지혜택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계열사들 사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는 400만원과 주식을 받았는데, 계열사들은 300만원이 전부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왜 똑같이 일해서 초과 이윤을 가져다 줬는데, 성과금 차이가 있냐"며 "노동자를 갈라치기 하는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동화 전환 시점에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노조가 기본적인 합의를 깨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계속 될 경우 국민들의 반감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회사가 어렵고 수익이 감소할 때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같이 책임을 지겠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노조의 요구가 이해가 간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적자일 때는 경영의 잘못이고 생산에는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니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야당이 추진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정규직 노조 반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막고, 하청 노동자 노동쟁의 범위를 원청 기업으로 확대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에서 현대차나 기아를 상대로 성과금 지급을 사유로 파업에 나서기 쉬워지게 됩니다.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앞에서 불법파견 중단과 임금차별 철폐를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전국금속노조 깃발 설치 돼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