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치킨 가격이 다른 식품 대비 가파르게 오르는 '치킨플레이션' 현상이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는 급격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 여파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고물가 기조에 시름하는 서민들에게 치킨값 인상은 큰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26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오는 5월 1일부터 매장에서 판매하는 즉석 조리 치킨 5종의 가격을 최대 12.5% 인상합니다. 닭다리, 넓적다리, 매콤넓적다리 제품은 기존 2500원에서 2700원으로 8% 오릅니다. 또 자이언트 통다리는 4000원에서 4500원으로 12.5% 뛰고, 버팔로 봉봉스틱은 7500원에서 7900원으로 5.3% 올라갑니다.
세븐일레븐도 내달 1일부터 즉석 조리 치킨 4종의 가격 인상에 나섭니다. 프라이드 한 마리(720g) 가격은 기존 1만900원에서 1만2900원으로 18.4% 오릅니다. 국내산 매콤 통가슴살은 2000원에서 20% 오른 2400원에 판매됩니다. 아울러 옛날 치킨 한 마리(550g)는 7900원에서 9900원으로, 국내산 통 반 마리 치킨은 4400원에서 5500원으로 각각 25% 가격이 인상됩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원부자재 가격, 납품가, 인건비 모두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촌이 이달 3일부터 치킨 가격을 품목별로 500~3000원 인상할 때만 해도 소비자들의 원성은 있었지만 편의점, 마트 등 대체 유통 채널의 치킨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성비를 내세운 편의점 치킨 가격까지 오르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근심도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물가가 조금씩 호전될 기미를 보이는 시점에, 가격 단가가 낮은 제품의 인상률이 20%대에 달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 흐름이 조금씩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청 측 설명입니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포인트 낮아진 3.7%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만큼 편의점 업계가 치킨 가격을 올리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단가가 낮은 제품의 인상률이 10~20% 선이라는 것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고객들의 고통만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주요 치킨 업체들이 급격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편의점 업계가 이들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앞으로 이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치킨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