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스닥 상장사
세토피아(222810)(전 마이더스AI)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토피아는 최근 ‘희토류’와 자회사 나스닥 상장 등의 테마성 재료에 오르며 주가가 상승했는데요. 주가가 오르자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전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세토피아의 경우 지난 2020년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발행주식이 13배 가량 증가했는데요. 현재 예정된 신주 발행도 많아 기존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대주주 변경후 신주발행 급증…올한해 20% 증가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토피아는 지난 1월부터 전일까지 총 1088만7660주의 신주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작년말 기준 세토피아 발행주식총수 5348만6333주의 20.36%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신주 대부분은 사모 CB로 발행됐습니다. 소액공모를 통해 발행한 72만563주를 제외한 94%가량이 사모 CB의 주식전환 청구로 이뤄졌죠.
세토피아의 발행주식 수는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말 기준 3609만1288주였던 발행주식 수는 지난 2일 기준 6509만9156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존에 세토피아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입장에선 보유주식의 지분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세토피아의 발행주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지난 2020년 5월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이 최대주주로 등장하면서부텁니다. 정보보안솔루션 사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던 세토피아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나서며 신사업을 추진했는데요. 지난 2021년부터 타법인증권 취득을 통해 카나비스(마리화나) 재배 사업과 철강 사업 등 신규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테마가 몇개?…테마 오르며 수차례 사명 변경
세토피아는 지난 2020년 5월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의 서상철 대표가 경영권을 잡은 이후 M&A를 통한 신사업을 추진하며 여러 테마에 오르내렸습니다. 미국에서 대마초 규제 완화 논의가 나올 때면 대마초 관련주에 이름을 올렸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진단키트 관련주에 올랐죠.
최근에는 지난 2021년 55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한류홀딩스의 나스닥 상장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4월 한달간 고점 기준으로 286% 가량 뛰었습니다. 한류홀딩스가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470억원(공모가 10달러 기준) 가량의 투자금 회수가 기대된다는 이유입니다. 이밖에 미중 갈등으로 희토류 가치가 부각되자 베트남산 희토류 발주 계약 사실을 밝히며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3년간 여러 테마를 타는 과정에서 세토피아의 사명은 ‘한류AI센터→마이더스AI→세토피아’로 세 차례 변경됐습니다.
발행주식 13배 증가…10% 지분이 0.8%로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자본시장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3년간 세토피아가 유상증자 및 사모 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726억원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희토류’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120억원 규모의 CB발행과 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죠.
문제는 그동안 발행한 유증과 CB가 장내외 거래를 통해 유통되는 과정에서 기존주주의 지분율이 대거 희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20년 최대주주가 변경되기 전 세토피아의 발행주식 총수는 3380만3710주에 불과했는데요. 현재 미상환된 CB와 발행예정인 신주를 모두 더할 경우 발행주식수는 8144만6431주로 늘어납니다.
이 기간 세토피아가 5대 1 액면병합을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간 기존 주식의 13배 가량의 신주가 발행된 셈입니다. 만약 3년 전 지분 10%(338만371주)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가 주식을 계속 보유한다면 향후 지분율은 0.83%(67만6074주)로 확 줄어들게됩니다.
상환 후 CB 재매각…인수자는 116억 차익
세토피아는 그간 발행해 왔던 전환사채들 대부분을 만기 전 상환했는데요. 상환된 CB들 대부분은 주식전환청구 가능 시점에 맞춰 재매각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작년 1월 발행됐던 16회차 CB의 경우 올해 2월 전액(미상환 30억원) 상환을 완료했지만, 지난 3월 해당 CB의 주식전환청구가 이뤄졌습니다.
최대주주의 지분변동 공시가 없었던 만큼 해당 CB는 ‘5%룰’을 피해 제3자에 매각된 이후 주식전환 청구된 건데요. 세토피아 입장에서는 주식전환에 따른 지분 확보와 평가차익(고점 기준 116억원)을 포기한 셈. 반면 재매각 CB를 인수한 이들은 세달여 만에 1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이 여러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지분공시 의무를 피해 차익을 실현했을 수 있다"면서 "장내외 거래를 통해 CB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대량의 매물로 쏟아지면 주가를 억누룰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토피아 관계자는 "CB의 주식전환은 의무 공시라 공시를 해야하는 부분이지만, 재매각 관련한 공시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면서 "최근 희토류 사업과 관련해 시장의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인데, 최근 준비하고 있는 사업들 역시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