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글로벌 혁신 특구'로 기회 플랫폼 세운다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국내 최초 도입
세계 표준에 맞게 실증·인증·허가
2027년까지 딥테크 유니콘 10개 육성
해외 인증센터 구축 "안 되면 짐 싸 나간다는 각오"

입력 : 2023-05-08 오후 1:29:0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부가 앞으로 실증부터 사업화까지 세계 기준을 적용한 글로벌 혁신 특구를 만듭니다.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 세대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도전을 지원하는 기회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입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특구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전문가 간담회도 열었습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방안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륜 UL코리아 대표, 배경은 사노피 코리아 대표 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헬스케어 위원장, 김후곤 변호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구태언 변호사.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혁신 특구는 기존 규제자유특구를 확대 개편해, 미래기술 분야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한 규제·실증·인증·허가·보험까지 세계 기준에 맞는 제도가 적용되는 구역입니다. 규제자유특구는 2019년 7월부터 8차에 걸쳐 전국 14개 시·도에 34곳이 지정돼 있습니다. 정부는 현행 규제자유특구법(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을 '혁신 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으로 변경을 추진합니다.
 
중기부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 때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으로 협력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지원 분야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 많고, 제도 정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첨단 분야입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성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대학, 연구소와 글로벌 기업까지 참여하는 혁신 클러스터로 올해 2~3개 시범 조성 후 2027년까지 권역별로 10개 특구를 만듭니다.
 
우선 국내 최초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가 시행됩니다. 혁신 특구에서는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금지사항이 아닌 신기술 활용 실증이 가능합니다. 신제품 기준, 규격, 요건 등이 없거나 현행법 적용이 부적합해도 실증이 허용됩니다. 다만 규제 수준은 선진국 중심 해외 기준이 우선 적용됩니다.
 
중기부는 글로벌 혁신 특구가 지정되면 해당 분야와 관련한 법령 등을 바탕으로 금지 목록을 작성한 후, 규제 소관 부처가 제시하는 추가 규제 면제와 유예 조치를 반영해 적용할 계획입니다.
 
국경과 공간을 초월한 실증 환경도 만듭니다. 중기부는 외국에서 기술 개발이 활발하지만 국내는 실증도 허용되지 않는 첨단 기술 분야 중심으로 해외 실증 거점을 조성해 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 글로벌 인증기관 UL 솔루션(Solutions)과 협력해 전반적인 첨단 분야 스타트업의 미국 실증과 기술혁신을 지원합니다.
 
유전자 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 분야는 국제 협력에 기반해 해외 비임상·임상,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과 공동연구를 지원합니다.
 
가상물리시스템(CPS) 기반 무제한 테스트로 오류를 극소화하고, 무제한 시나리오로 위험성을 사전 파악하는 가상현실 기반 정밀 실증체계를 도입합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수출 맞춤형 해외 인증 지원도 추진합니다. 중기부에 따르면, 제품 완성 후 해외 인증 신청 시 최초 단계 오류 발견으로 제작을 처음부터 반복하는 회사가 많다고 합니다. 이에 국내 최초로 UL(미국), CE(유럽)의 해외 인증 기관이 참여하는 인증지원 센터를 구축합니다. 이를 통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성능검증, 시험·검사까지 해외 인증기관이 직접 컨설팅합니다.
 
안전성 입증 즉시 제도 개선도 이어갑니다. 실증으로 안전성이 입증되면 중기부와 소관 부처, 법률·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성 검증위원회'에서 임시 허가를 빨리 내줍니다. 임시허가 처리 기간을 현행 최대 12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소비자인 국민 의견도 반영합니다.
 
국내 기준이 없는 경우 UL, CE 인증 등 해외 인증으로 안전성과 성능을 입증하면 즉시 임시 허가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합니다.
 
중기부는 특구 입주 기업의 세계 진출과 확장 지원을 위해 △첨단제품을 안심하고 개발하는 신산업 전용 보험 마련 △'대·중소기업 해외 진출 추진단'을 통한 해외 동반 진출 프로젝트 추진 △혁신제품 생태계 조성을 위한 표준개발 지원 강화 △가능성 있는 기업에 대한 글로벌 스케일업 패키지 지원 등을 추진합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방안 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전문가들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실효성 있는 법 개정과 정책 추진을 당부했습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포괄적 네거티브는 그림자 규제라 해서 시행규칙 별표와 고시, 정부 유권해석에 숨어있다"며 "필요하면 규제자유특구법을 개정해서 기존 걸림돌이 된 것을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아도 일괄적 특례가 되는 포괄 임시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규제 담당자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전문성 확보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모르면 모를수록 규제가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김 총장은 "미국 규제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며 "그렇게 해서도 규제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을 때가 있는데, 아무도 모르는 분야에서 실수할 수도 있으니 상당한 면책 특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올해 60개의 정책이 나온다"며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뭉쳐서 먼저 가는 쪽이 다른 쪽을 끌고 변화를 일으키면 내년부터는 그래도 뭔가 변화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해외 인증 지원 센터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도 해보고 모든 걸 해보지만 진행되지 않으면 다 짐 싸서 나가겠다는 얘기를 굉장히 완곡하게 멋있게 한 것에 불과하다"며 "외국에서 실증하고 인증받고 거기서 제품 파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맞닥뜨려선 안 된다는 각오로 이번 정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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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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