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사만 파다한 한일 경제외교…한국경제 실익은?

일본 수출 규제 후 소부장 핵심기술 수입 의존도 개선
한일 관계 반전으로 기술 국산화 역행 우려
“외교 성과 포장한 수치로 국민 설득할 수 없어”

입력 : 2023-05-08 오후 2:57:2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일 정상회담에 따른 경제효과로 화이트리스트 복원 등을 강조하지만 공치사란 지적이 나옵니다. 재계 일각에선 일본 수출제한 이전과 비교해 현재까지 무역구조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양국 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적 체감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오히려 기술 자력화를 통해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개선되던 상황이 역행될까 우려도 있습니다.
 
국산화 속도 반감될 우려
 
8일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반도체 소부장 수출을 제한한 데 대해 걱정도 있었지만 사실상 우회 수입으로 해결해 타격이 없었다”라며 “정부 정책 지원 아래 소부장 국산화 노력의 성과가 있었지만 되레 그런 부분이 약해질까 염려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관련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2022년 21.9%로 10.7%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특히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중 반도체 분야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같은 기간 34.5%에서 24.9%로 9.5%포인트 줄었습니다. 이는 일본으로부터 수입 차질 또는 수입 의존도 개선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그 중 의존도 개선 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일본 수출 규제 속에도 국내 대세계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한 성과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국내 수출은 전년비 6.1% 증가한 6839억달러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그 속에 경쟁국 일본보다 수출 순위도 상승했습니다. 미국 연준 등의 통화긴축,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등 어려운 무역 환경 속에도 한국은 선전해 전년 7위에서 작년 6위로 상승했습니다. WTO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2.2%를 기록했는데 일본은 0.0%에 그쳤습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은 역대 최대 실적으로 한국 수출 호황을 견인했습니다. 일본과 소부장 산업 밸류체인이 연결돼 있는 이들 품목에서 수출 규제에 따른 어려움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일본 수출도 작년까지 2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2021년엔 19.8%, 2022년엔 1.9%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양국 관계 악화로 대일본 수출이 감소할 것에 대한 우려도 기우였습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했던 국내 소부장 기술은 한일 관계 변화에 따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 중 불화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가 국산화 성공 후 중국에 수출하기까지 발전했습니다. SKC는 역시 수출 규제 품목인 반도체 블랭크 마스크를 SK엔펄스를 통해 자체 개발해왔습니다. SK스페셜티는 불화수소를 생산해 자급화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밖에 동진쎄미켐, SK마이크로웍스 등 중소, 중견 기업들이 소부장 국산화 성과를 높였습니다. 이들 업체는 정부 지원 아래 국산화 속도를 올렸지만 앞으로는 일본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합니다.
 
 
한일 외교성과 찾기 혈안
 
이 가운데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올해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이나 반도체 등 미래 핵심기술 지원 과제에 한일 기술협력과제가 다수 포함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입니다. 최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문 등 한일 외교를 부각시키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게 오랫동안 산업 발전 과제였다”며 “한일 협력과제를 애써 찾는 모습은 외교성과를 포장하기 위한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쪽에선 일본에 양보한 대신 미국으로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현안 해결 등 한미일 경제 공조 성과를 기대했지만 퍼주기만 했다는 회의적 반응도 보입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IRA, 칩스법, 철강규제 등에 협의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됐을 뿐 경제성과가 모호했다는 지적입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작년 2월 발표된 산업부 보고서 내용은 일본 수출규제 3개 전략 품목의 수급차질은 없었다는 것”이라며 “국내 소부장이 성장하고 대일 의존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한편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반도체 수출은 증가해 특수를 누렸다. 제3국 통한 우회 수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일본은 호혜적 경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지금 같은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일방적 양보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제3자 변제안 발표 직후 일본 외무상은 일본 의회에서 강제징용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한일 외교 성과가 없는 것을 포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제 효과를 부풀리는 수치들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호혜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일 외교만이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이 8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간담회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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