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국내 증시에서 늘 '뜨거운 감자'로 남은 공매도.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법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일부 제도 개선도 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불만이 큰 상황입니다.
최근 SG증권발 주가 하락 사태에서 공매도 의혹이 제기되는 등 여전히 증시는 공매도와 관련해 혼탁한 모습인데요. 업계에선 공매도 관련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잡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개선된 공매도 제도, 개미 투자자에게 무용지물"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공매도 제도 개선을 들고 나왔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이 있는 공매도 시장에 개인 참여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였죠. 국내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인 이유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공매도 담보비율, 주식 상환 기간 등이 외국인이나 기관에게 적용되는 기준보다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7월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기관과 합동회의를 열어 공매도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금융위는 '개인에 대한 공정한 공매도 기회 부여'를 위해 공매도시 적용되는 높은 담보비율을 개선했는데요.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제도 개선 이전엔 140% 이상이었습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은 105~120% 정도로 개인보다 낮은 수준이었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는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 인하를 결정한 후 작년 11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통해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을 기존 140%에서 120%로 인하했습니다. 외국인, 기관과 개인의 담보 비율 격차가 어느정도 줄어든 것이죠.
담보 비율 개선에도 개인 공매도 비중은 외국인, 기관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상황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시장 공매도 총 거래대금은 4305억원, 코스닥에선 2400억원으로 집계됩니다. 이중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 3312억원, 코스닥 1844억원으로 각각 76.9%, 76.8%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기관도 코스피에서 21.4%(923억원), 코스닥 21.6%(519억원)를 기록했습니다.
개인은 2%도 되지 않았는데요. 코스피에서 개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70억원으로 1.6%, 코스닥에선 37억원으로 1.5%에 그쳤습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했지만 개인의 공매도 시장 진입은 제도 개선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와 관련해 개인의 참여를 확대할 것이 아니고, 외국인과 기관의 허들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이 공매도를 많이 한다면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을 이해할 수 있지만 개인이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2% 수준"이라며 "98%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의 허들을 높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없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부재…외국인·기관만 이득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이 없는 점도 공매도 시장의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윤 정부는 공매도와 관련해 불법 공매도 적발과 제재 강화 공약도 내걸었습니다. 금감원은 작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시작으로 전담조직인 공매도조사팀을 8월에 출범했습니다. 이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조치가 이어졌는데요. 특히 국내에선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를 적극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실제 불법 공매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이후 당국의 사후 조치가 아닌 시장 감시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으로 당일에 발생한 무차입 공매도는 곧바로 확인해 불법 무차입 공매도 세력이 두려움을 느끼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의정 대표는 "2018년 당시 금융위원장이 2019년 상반기에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4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구축이 안됐다"며 "금융당국은 천문한적인 돈이 든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 규모도 밝히지 않는다. 또한 천문학적인 돈이 실제적으로 들지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대표는 이어 "국내 시장은 큰손들이 얼마든지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걸리지 않는 무차입 공매도가 엄청나게 많을 수밖에 없다. 악재 소문 하나로 무차입 공매도를 해버리고 이익을 챙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보유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기술적으로 다른 국가에서도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 다만 적발될시 사후 처벌을 무겁게 가져간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후 처벌 강화를 통해 공매도 세력에 대한 강한 경고음이 필요해 보입니다.
공매도로 인한 증시 혼탁 이어져…개선 절실
공매도로 인한 시장 혼탁은 현재도 여전합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SG증권발 주가 하락 사태에서 투자자문사 호안의 라덕연 대표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겨냥해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 전 회장측은 '잔고 및 거래 명세서'를 제시하는 등 허위사실임을 밝혔는데요. 해당 사건처럼 공매도는 증시에서 주가 폭락이 발생할 때 늘 회자되는 언어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주가의 적정한 가치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사실상 소실된 것이죠.
더욱이 주주의 편에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것처럼 위장했던 펀드의 배신도 공매도 관련 악감정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041510)(SM) 주식을 공매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차거래로 제공한 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3월 14일부터 에스엠 주식 26만8500주를 한 달간 증권사에 대차거래로 빌려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린 후 계약기간이 끝나면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것으로 공매도의 신호로 해석합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와 관련한 이슈가 끊임없이 지속 중이지만 금융당국의 향후 개선 방안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정 대표는 "윤 대통령 취임 전 1~2월에 공매도 관련 의견을 전달했고 인수위 대변인이 잘 검토하겠다고 전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의견이 반영된 제도 개선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고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비용이 많이 들고 고쳐할 것도 많은 난제인 만큼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