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구현모 전 KT 대표가 임기완료 3일을 앞두고 대표직에서 물러난지 50일째입니다. KT는 50일째 수장이 공백인 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KT는 대표 부재 영향없이 경영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적이 떨어진 것도, 대작 콘텐츠가 나오지 못하는 것도 모두 '경영공백' 여파로 보여지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KT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구 전 대표에 대한 공정거래법위반 사항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데, 하필 KT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자 신청 접수를 마감하는 날 이뤄지면서 내부는 더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사옥, KT 텔레캅 본사,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온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입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3월7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전 대표가 일감 몰아주기에 직접 관여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KT텔레캅이 KDFS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품질 평가 기준을 변경해 기존 하청업체의 물량을 일방적으로 크게 줄였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KDFS는 빌딩 등 시설물을 관리하는 시설 관리 업체입니다.
KT는 이에 대해 3월10일 입장발표문을 내고 "사옥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보안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으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KT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밝힐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이사회 구성이나 지배구조 개편, 차기 대표이사를 찾는 일련의 과정은 압수수색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외이사 선정을 통한 새로운 이사회 구성부터 대표이사 선임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과정들이 첩첩산중인 가운데,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더해지면서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합니다. 압수수색 시점이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 접수 마감일과 겹치는 것에 대해 "정권에 박힌 미운털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토대로 본격적인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가 진행 중이지만, 대주주에 유리한 구조라는 시선이 우세합니다. 3월31일 기준 KT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8.27%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입니다. 주주추천 방식에 있어서도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고, 추천된 후보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에서도 국민연금의 찬성이 있어야만 합니다. 정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민연금의 결정권이 큰 상황임에도 절묘한 시점에 압수수색까지 더해지는 것에 대해 구 전 대표의 사임, 윤경림 차기대표 후보자 사임을 이끈 외압의 연장선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내부의 이권 카르텔이 확인될 것이라며, 신임 대표가 자리하기 전에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KT새노조는 "초유의 KT 경영공백 사태의 원인과 책임이 정권의 과도한 개입 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라, 곪을 대로 곪은 KT 내부 이권카르텔에도 있음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구성원으로 참담하지만 검찰의 명백하고 신속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관계를 떠나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관점도 나뉘고 있는 셈인데, 조직의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이 자체 또한 마이너스 요소이기도 합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KT는 계획대로라면 기존 풀(Pool)과 외부 전문기관(서치 펌), 이날 마감된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자들에 대해 5인의 인선자문단의 1차 평가를 거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하고, 다음달 중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되는 대로 7월경에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를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번 압수수색과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업계는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 외압으로 기업 흔들기가 지속된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현재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