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계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 정부 방향 맞춰 운영될까 우려"

교육부, 서울·대구 등 9개 시·도교육청 올해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 선정
유아교육계 비판 목소리…"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너무 급하게 추진"
"숫자도 너무 많아…예산에 따라 제대로 운영 못 하는 곳 생길지도"

입력 : 2023-05-16 오후 3:47:3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유아교육계가 교육부의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 운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등 '유보 통합'의 핵심 쟁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도교육청'을 운영하게 되면 정부의 의도나 방향성에 맞춰 정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수의 '선도교육청'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내실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옵니다.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 어린이집 급식비 지원·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
 
교육부는 지난 15일 서울·대구·인천·세종·경기·충북·전북·경북·경남 등 총 9개 시·도교육청을 올해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유보 통합'은 유아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치원과 영·유아보육을 맡고 있는 어린이집의 업무 체계를 합치는 정책입니다. 현재는 만 3~5세 유아들이 교육을 받는 유치원의 경우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만 0~5세 영·유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을 운영해 유치원·어린이집 간 교육·돌봄 격차를 완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준비도 선제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후 2025년부터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유보 통합'을 본격적으로 실시합니다.
 
이번에 '선도교육청'으로 선정된 9개 시·도교육청은 13개 과제를 수행하게 됩니다. 각 교육청마다 추진 과제는 다릅니다. 인천·경기·충북·전북교육청은 어린이집 급식비를 지원해 급식 서비스 질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서울·세종·충북교육청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공동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재원은 교육청이 424억원, 지자체가 58억원을 부담해 총 482억원이 투입됩니다.
 
교육부가 서울·대구 등 9개 시·도교육청을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13개 과제를 수행하게 됩니다. 표는 각 시·도교육청별 추진 과제.(표 = 교육부)
 
"교육부 방향 맞춰 진행될까 걱정…현장과 긴밀히 소통해야"
 
이를 두고 유아교육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선도교육청'은 '유보 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운영하는 것인데 교사의 자격·처우 문제, 교육과정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구체적인 청사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급하게 추진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아울러 교육부가 이번 '선도교육청' 운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에 맞춰 '유보 통합'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걱정도 존재합니다.
 
김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홍보국장은 "바람직한 큰 틀을 잡지 않은 채 무작정 '선도교육청'을 운영하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유보 통합'을 진행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형식적으로 구색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도 "각 시·도교육청이 수행하는 과제가 교육부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춰 진행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선도교육청' 운영 시작 단계부터 유아교육 현장의 교사·학부모·단체·기관 등과 긴밀히 소통해 이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가 서울·대구 등 9개 시·도교육청을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유아교육계에서는 '선도교육청' 운영으로 정부 방향성에 맞춰 '유보 통합' 정책이 추진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판의 모습.(사진 = 뉴시스)
 
"구체적 계획 없이 교육청 재량에 맡겨…쟁점 사항 대책 마련 뒤 천천히 운영했어야"
 
9개의 시·도교육청이 '선도교육청'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너무 숫자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 운영 계획'에서 4~5개 시·도교육청을 '선도교육청'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2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너무 많은 숫자의 '선도교육청'을 운영하지 말고 2~3군데만 내실 있게 하자고 꾸준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모두 교육청의 재량에 맡긴 채 이렇게 많은 수의 '선도교육청'이 잘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육청이 자신들의 재원으로 알아서 '선도교육청'을 운영해야 하는데 각 시·도교육청별로 예산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곳이 생길 수 있다"면서 "섣부르게 '선도교육청'을 운영하기보다는 쟁점이 되는 사항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대책을 마련한 뒤 천천히 운영하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교육부가 서울·대구 등 9개 시·도교육청을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유아교육계에서는 '선도교육청' 운영으로 정부 방향성에 맞춰 '유보 통합' 정책이 추진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유아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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