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망이용료(망이용대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적 분쟁이 3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피어링(Peering, 동등접속)은 무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프라이빗 피어링을 한 넷플릭스는 망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맞서는 까닭입니다. 망이용료 지불의 정당성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재판의 진전이 없는 모습입니다. 항소심 10차 변론기일이 7월로 예정되면서 사실상 상반기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습니다. 재판부도 "진전이 없다. 답답한 면이 있다"고 나무랐습니다.
넷플릭스는 대가를 지급하는 피어링이 일부 존재하지만, 이는 대가 지급 합의가 있는 경우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피어링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콘텐츠사업자(CP) 등 사업자간 트래픽을 전달하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와는 망이용대가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고, 기본 원칙에 따라 무정산이 맞는다는 논리입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법인 전기통신사업법상 고시로 규정한 상호접속기준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맞붙습니다. 상호접속기준은 명백히 트래픽을 기준으로 정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에 따라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측의 의견 대립 속에 재판부는 망이용대가 정산 방식인 감정방식에 대해 우선 살펴보겠다는 계획입니다. 망이용료 지불의 정당성에 대한 입증이 가능해질 경우 미리 채택해놓은 감정방식으로 판결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계산이지만, 인터넷 시장의 트래픽 교환 행위에 대한 원칙을 어느 방향으로 정할지 등이 결정되지 않으면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망이용대가에 대한 국내 입법도 진척이 없습니다. 망이용대가 지급 명분을 답은 법안은 7개 발의됐지만, 논의가 멈춰 입법화는 요원한 모습입니다. 이 법안들은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하는 CP와 해당 망을 제공하는 인터넷제공사업자 간 계약을 맺어 망이용대가를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쟁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 입법을 서두르려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망이용대가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진행위원회(EC)는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기가인터넷을 사용하는 내용을 담은 기가비트인프라법(가칭)을 준비하며 의견을 수렴 중입니다. EC는 모든 디지털 참여자의 공정한 기여를 주제로 온라인에서 설문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설문조사 배경으로 EC는 이 투자를 기존 인터넷제공사업자뿐만 아니라 콘텐츠사업자 등 관련 시장 참여자들이 부담해야 하는지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망이용대가를 두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1심 재판이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고, 국내 입법 상황에 대해 관심이 쏠렸지만, 지금은 EU의 논의 사항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가비트인프라법에 공정분담이 어떤 식으로 담겨지게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