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개정과 맞물려 현행 전세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며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임대인·임차인 각자 효용에 따라 작동하는 임대차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러면서 전세제도 역시 쉽게 사라지진 않을 거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세제도가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라고 보고 있다며 "임대차 3법의 폐지라는 답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 전세 제도 자체를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원 장관의 해당 발언은 현재 작동 중인 임차제도 시스템을 또다시 흔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너무 극단적 발언"이라며 "전세 제도의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는데 전세 가격이 일부 떨어지면서 발생한 문제를 가지고 수명이 다했다고 하면 대안은 마련돼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소장은 원 장관의 임대차 3법 개정 의지에 대해 "암 종양을 수술해서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이미 시행이 되고 있고 국민들도 상당부분 적응을 했는데, 지금 어설프게 건드리면 또 다른 왜곡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만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세폐지론'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고 시장수요가 있고 제도(전세)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보인다"며 "전세사기가 문제니 전세를 없애자는 식의 주장은 축구하다 부상자가 발생하면 축구금지, 회식에서 싸움 나면 회식금지라는 논리와 다른 게 뭐냐"고 되물었습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전세 계약 자체가 민법상 제도인데, 국토부 장관이나 어느 집단이 전세 제도를 없앤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제도도 아니고 없앨 수도 없는 제도"라고 말했습니다.
서 대표는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금융기관 등에 맡겨두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전세보증금의 제3자 예치는 일종의 임대인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솔직히 그러면 어떤 임대인이 전세를 놓냐. 결국 정부가 나서 전세공급을 줄이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입니다. 연구 결과가 나오면 임대차 제도에 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행 전세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진은 전세 광고물이 붙어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