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9월 13일 청와대 본관 잔디밭에서 업무를 마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가 장철영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김해 봉하=박주용 기자] 노란빛으로 물든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대거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들이 기억하는 '대통령 노무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권력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선구자였습니다.
"권위주의 끝낸 대통령…역사 승자 꿈꾼 실용주의자"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과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권위주의와 권위주의 시대를 끝냈다는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제2대 대통령'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실 정치에서도 역사에서도 승자가 되려고 했던 사람"이라며 "실용주의자면서도 이상주의자 같은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노 전 대통령 연설을 보면 분열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그래서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을 할 수 있다면 대통령 임기도 줄일 수 있고 총리 자리도 내줄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회고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다른 하나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다는 점인데 사람이 불평등하게 태어나는데 열심히 살면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그것을 현실 정치에서도, 역사에서도 이루고 싶어 한 '불굴의 승부사'였다"며 "매력적인 사람이자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우리 시대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07년 4월 고 노무현(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이 부산상고(현재 개성고) 운동장에서 열린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해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가 장철영 제공, 뉴시스 사진)
그는 특히 국정상황실장 시절 일화 하나를 들려줬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정권에 대한 투서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와 이것을 정리해 노 전 대통령에게 말씀드리니 '야 지난 정권 것 뒤지다 보면 날 샌다. 날 새. 우리 할 일이나 착실히 하자. 진짜 나쁜 짓을 했다면 나중에 다 세상에 밝혀져 처벌받게 된다'고 하셨다"며 "실제 노 전 대통령 때는 전 정권을 향한 그런 것들이 없었지 않았냐. 전직 대통령이 아주 편안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한 구도자…노무현 용기 배워야"
참여정부 정책기획위원회 비서관·행사기획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정말 마르지 않은 가치를 추구한 구도자 같은 분"이라며 "정말 이분은 못 따라가겠다고 생각했던 점이 있는데 자기 말과 행동에 대해서 정말 책임감을 가진 엄청난 분"이라고 돌아봤습니다.
김 의원은 "자기가 말한 것은 지키려고 노력하되, 지키지 못하거나 말과 상황이 달라지면 책임 있게 답변하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기 말에 대한 책임감과 일관성을 가졌던 용기 있는 분"이라며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 큰 책임을 지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 추구와 용기를 우리가 있는 그대로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지난 2007년 5월 고 노무현(오른쪽) 전 대통령 부부가 5·18 기념식을 마친 다음 날 무등산 등산 도중 휴식을 취하며 문재인(왼쪽)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가 장철영 제공, 뉴시스 사진)
참여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2003년 1월 노 전 대통령님께서 '요즘 도통 잠을 못 이루신다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자면 무엇부터 해야겠느냐'고 물으셨다. 저는 경제를 성공시켜 국민에게 사랑받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사례를 들며, 국민의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대통령님은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인정한다. 그럼 경제를 잘하자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으셨다. 지금도 그때 벅차오르던 그 심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객관적 사실 앞에서는 필생의 소신까지도 기꺼이 접을 줄 아는 산처럼 큰 용기를 지닌 정치인을 만났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만난 하승창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시민센터장은 "노 전 대통령의 태도는 당당하셨고, 타협 없이 자신의 소신을 주장하면서도 실제 일을 할 때는 대화나 타협으로 이뤄내려고 노력했다"며 "여기에 계산이나 사심 없이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한창민 노무현재단 경영기획본부장은 "노 전 대통령은 사람과 사람의 삶을 사랑했고 그래서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모토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라며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꿈을 가지고 있다가 다 이루지 못하고 저희 곁을 떠나 매우 안타깝다. 노 전 대통령의 멈춘 자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그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김해 봉하=박주용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