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호’ 상표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브랜드가치 제고에도 모태그룹보다 더 기여했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계열사를 매각하며 사세가 기운 박삼구 회장 계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달리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그룹을 2015년말 계열분리 후 8년간 수직성장시켰습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호석유화학그룹이 금호건설(구 금호산업)을 상대로 ‘금호’ 상표권 관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았습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향후 정당한 상표권 권한 행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보통 계열사들이 지불하는 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는 적정가치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그룹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주체는 실적이 좋은 계열사들인데 거꾸로 수수료를 내는 모순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금호’ 브랜드에 상당한 지분이 있습니다. 공동 사용권을 가진 금호건설과 비교하면 기업가치를 올려 브랜드가치를 제고한 쪽이 금호석유화학그룹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형제의 난’으로 형인 박삼구 회장과 결별한 박찬구 회장은 화학부문을 가지고 2015년말 계열분리했습니다. 이후 박삼구 회장 계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등 금호고속, 금호건설 등만 남아 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작년까지 8년간 매출, 이익, 재무건전성 등 모든 성장지표가 상승했습니다.
2015년 5조원대였던 매출은 작년 10조원에 근접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00억원대에서 1조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당기순이익도 1조원을 넘어 630.9%나 성장했습니다. 자산총액은 5조원대에서 9조원대로 불어났습니다. 부채는 2조원대 그대로인데 자본만 3배 넘게 급증한 성과입니다. 순자산은 2015년 2조2842억원에서 작년 6조8677억원이 됐습니다. 또 2015년 125%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35.7%까지 떨어져 재무 상태도 우수합니다. 차입금이 2조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감소한 효과입니다. 이에 힘입어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재계 순위도 작년 50위로 2015년부터 14계단 올랐습니다.
과거 박찬구 회장은 “계열분리로 명확한 좌표를 확보하게 됐다”면서 “비로소 세계시장에서 경쟁사와 동일선상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고 기대했습니다. 임직원들에게 “실패를 겪는다 해도 이겨내서 후대에게 물려 줄 정신이나 가치를 남긴다면 그것이야말로 금호를 계승·발전시키는 진정한 유산일 것”이라며 다독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새로운 창업 이후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앞으로의 성장판도 돋보입니다. 주력인 합성고무와 합성수지의 환경성을 높인 고부가 제품 영역을 발굴했습니다. 또 꿈의 소재 탄소나노튜브(CNT) 등을 개발해 성장이 가파른 전기차와 접목하고 있습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