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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Oil(010950)(에쓰오일)이 올해부터 진행되는 샤힌프로젝트에 힘을 쏟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활동과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도 상향 조정되면서 단기성차입금 차환도 큰 무리 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3월부터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프로젝트의 공사가 시작된 가운데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샤힌프로젝트는 에쓰오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울산 석유화학 복합시설 건설 프로젝트로, 2026년 6월 완공 예정이며 연간 에틸렌 180만톤을 생산한다.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자체 현금 창출 외에도 최대주주 차입금, 회사채 등으로 투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3조원을 소폭 하회하는 단기성차입금 부담이 있지만, 점점 차입 부담도 해결하는 모양새다. 또 신용등급 전망 상향 조정으로 사채 일부의 차환에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차입금 등도 공장부지와 건물 등이 담보로 설정돼 있고, 모회사를 포함한 대외신인도와 지원 여력을 바탕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업 및 제품 다각화, 경기 불확실성 줄이고 현금창출로 이어져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2조4460억원으로 정유부문 80.1%, 석유화학부문 11.8%, 윤활부문 8.0%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정유사업은 SK에너지,
GS(078930)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정유업은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정제마진 의존도가 높은 사업인 탓에, 에쓰오일을 포함한 정유사들은 전방산업인 석유화학 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특히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의 고부가가치 제품군, 석유화학부문의 올레핀계 제품군으로 수익기반이 확대되면서 최근 코로나19와 중국 봉쇄 등 불안정한 매크로 환경 속에서도 경쟁사들보다 수익성 회복이 빨랐다.
에쓰오일의 진가는 현금창출력에서 드러난다. 2020년 코로나19와 유가 하락에 영업적자가 1조원 넘게 났지만, 영업현금흐름(OCF)은 1조6310억원을 기록했다. 2021~2022년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확대로 현금흐름 개선이 제한됐음에도 각각 1조4772억원, 1조2789억원으로 계속 1조원이 넘는 현금이 유입됐다. 올해 1분기에도 이미 8053억원이 유입됐다.
자본적지출(CAPEX)은 2017~2018년에 집중된 잔사유 고도화시설 및 올레핀 하류시설(RUC/DOC) 투자로 2018년까지 2조원이 넘게 빠져나갔는데, 시설 완공 후 경상적 지출로 전환하면서 부담이 낮아진 상황이다. 오히려 공장 사택 매각 등 유형자산 처분 이익으로 2021년 1753억원, 2022년 299억원이 유입됐다.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로 현금성자산은 증가세다. 2018년 7108억원에서 2022년 1조4613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 1분기에는 2조789억원으로 불어났다. 2020년까지 6조를 상회하던 총차입금도 올해 1분기 5조4185억원으로 낮췄다. 총차입금이 줄고 현금성자산은 늘어나면서 순차입금의존도도 16.7%까지 떨어졌다.
단기성차입금 54%는 유산스…신평사들은 등급전망 상향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2조9264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보다 약 1.4배 많은 수치인데, 이 중 1조5911억원이 유산스(Usance)차입금이기 때문에 재무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외국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 공정을 거쳐 제품을 내놓기까지 시간 차이가 생기는데, 이 기간 현금이 묶이는 탓에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유산스 채권을 발행한다. 만기 6개월 이내에서 회전대출형식이 이뤄져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된다.
그 외 유동성사채가 약 7000억원, 유동성 리스부채가 796억원 수준으로 상환 및 차환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무보증사채(SB)를 통한 차환을 결정했는데, 마침 6월 초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모두 일제히 에쓰오일의 등급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조정해 긍정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에쓰오일 등급전망 변경 사유에 대해 "고유가와 수급여건 개선에 힘입어 이익이 확대됐고 OCF를 통해 재무부담이 축소됐다"라고 밝혔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도 "우호적 수급환경에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앞으로도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샤힌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자금소요가 발생하면서 추가 재무안정성 개선이 어려울 수 있으나 아람코의 지원 계획을 고려하면 현재 재무안정성 수준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쓰오일을 포함한 주요 정유사들은 2020년 12월 코로나19 여파로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됐는데, 샤힌프로젝트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신평사들이 원하는 상향 기준을 만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샤힌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자금이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OCF 창출과 투자에 따른 재무안정성 변동 수준에 대해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S-Oil이 차환에 나서는 만기도래 회사채(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400억원 SB 발행…3500억원 증액도 가능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7일 2400억원 규모의 SB 발행을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1500억원 5년물, 400억원 7년물, 500억원 10년물로 구성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총 35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수요예측 기간은 6월9일이다.
발행 목적은 만기도래 회사채의 상환을 위해서다. 2018년 7월에 발행한 1100억원 규모 5년물과 2020년 8월 3400억원 규모 3년물의 만기가 곧 도래해 돈을 갚아야하기 때문이다. 증액에 성공하면 전액을 상환에 투입하고, 부족분 1000억원은 자체 현금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신평사들이 등급전망을 조정함으로써 자금 조달 계획에는 큰 무리가 없고, 증액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지난달 안와르 알 히즈아지가 새 CEO로 취임했는데, 2016년부터 아람코의 아시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역할을 해낸 인물이라 샤힌프로젝트를 위한 아람코의 자금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남은 건 앞으로의 실적이다. 전반적으로 매출과 수익성은 전년대비 줄어들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원을 소폭 하향하고 있다.
유준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정제마진은 2022년 대비 하락하겠지만, 제한적인 증설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급 하에 안정화될 것"이라며 "석유화학부문의 마진 회복은 제한적이겠지만 윤활유는 경기방어적인 수요기반 등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