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사들이 기존 효자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하거나 주력 장르에 힘을 줘 하반기 소비자 공략에 나섭니다. 기존 시리즈에서 사랑 받은 요소를 살리면서도 신규 게이머 유입에도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만큼, 마지막 담금질에 부담이 실리는 상황입니다.
하반기를 앞두고 효자 IP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액션 RPG '디아블로 IV'입니다. 이 작품은 블리자드 출시작 가운데 콘솔과 PC 모두 역대 최고 사전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블리자드는 총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2~6일 이용 시간 9300만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간 블리자드는 이번 작품에 전작의 장점을 모았다고 밝혀왔습니다. 어둡고 잔혹한 분위기는 '디아블로I'과 '디아블로 II'에서, 시원한 액션은 '디아블로 III'에서 계승·발전시켰습니다.
엔씨 '쓰론 앤 리버티'. (사진=엔씨소프트)
국내 게임사들에선 주특기인 MMORPG(다중접속 역할 수행 게임) 출격이 예정돼 있습니다. '리니지' 시리즈를 만든
엔씨소프트(036570)는 연내 출시를 앞둔 '엔씨 쓰론 앤 리버티(TL)' 베타 테스트를 지난달 진행했습니다. TL의 플랫폼은 콘솔과 PC입니다.
엔씨는 이번 작품에서 과금 방식을 바꿨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더 좋은 무기를 사야 하는 '페이 투 윈(P2W)' 말고 '플레이 투 윈'을 지향한다는 방침입니다. 대신 캐릭터 꾸미기 상품 등에 무게를 뒀습니다. P2W에 거부감을 느끼는 북미·유럽 게이머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최문영 수석개발책임자(PDMO)는 지난달 개발자 노트에서 "현재까지 준비했던 상품들 중 의도적으로 숨겨둔 것이 없다"며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비즈니스 모델 또한 글로벌 시장의 유저 여러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개발진의 의지"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리니지와 정통 RPG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려는 엔씨의 시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서는 기존 모바일 게임처럼 자동 사냥을 도입했고 PC에 걸맞는 조작감이 요원해, 정체성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2월 진행된 파이널 테스트 때는 평가가 좋아서, 발매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5월 베타는 캐릭터 초반 성장에 무게를 둔 반면, 2월 테스트는 임의로 레벨과 장비를 정해 주요 콘텐츠를 즐기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컴투스(078340)가 이달 출시하는 '제노니아'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기존 제노니아 시리즈를 계승한 MMORPG입니다. 제노니아 시리즈는 세계 누적 내려받기 6300만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1편이 2008년 모바일과 닌텐드 DS, PSP로 출시됐고 이후 모바일로 시리즈를 이어왔습니다. 1~5편과 '제노니아 온라인', '제노니아S' 등 7개 작품이 나와 있습니다. 새로 내려받을 수 있는 작품은 없지만 기존 4~5편 게이머는 계속 즐길 수 있습니다.
컴투스가 이달 출시하는 '제노니아'. (사진=컴투스)
7월 초 출시하는 야구 게임 'MLB 9이닝스 라이벌'은 '9이닝스 프로 베이스볼 2009'을 시작으로 6000만 내려받기 기록을 쌓은 시리즈 명맥을 잇습니다.
같은 달에는 낚시 게임 '낚시의 신: 크루'도 월척을 노립니다. 이 시리즈는 2014년 출시 후 세계 누적 7000만 내려받기를 달성했습니다.
추억의 게임도 여름방학에 맞춰 돌아옵니다. 7월27일 세계 출시를 앞둔 '미니게임천국'은 2005년 첫 출시 후 시리즈 누적 내려받기 1900만건을 기록했습니다.
컴투스가 정통 IP 활용작으로 여름 흥행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존 팬과 신규 유입자 동시 확보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컴투스는 제노니아의 경우 기존 제노니아 감성을 살리면서 언리얼 엔진과 카툰 렌더링으로 보는 맛을 차별화하고, 미니게임천국은 단순한 놀이에 최신 경향을 반영하고, MLB는 콘솔급 그래픽에 빠른 진행 등을 도입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컴투스 관계자는 "피처폰 시절부터 캐주얼, 스포츠, RPG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게임을 개발해 왔고, 기존 게임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 DNA와 노하우로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둬왔다"며 "기존 팬들과 새롭게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