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 '분리 교육'보다 '통합 교육'해야"

(사각지대 특수교육) ②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특수학교·특수학급 수 적고 인력도 부족…등·하교 시간도 오려 걸려"
"장애 학생 수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인력·재정 지원 더 이뤄져야"

입력 : 2023-06-14 오후 4:02:36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우리나라는 장애 학생을 특수학교·특수학급으로 분리해 교육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비장애 학생과 함께 배우는 '통합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문제점으로 비장애 학생과의 '분리 교육'을 꼽았습니다. 장애 학생들도 성인이 돼서 사회에 나가면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만큼 교육 단계부터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 대표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통합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고 UN장애인권리위원회도 우리나라의 '분리 교육'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아직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애 학생을 걸림돌로 여겨 특수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을 다니는 것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단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수 자체가 적다 보니 등·하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고, 특수교사 등의 인력도 부족합니다.
 
윤 대표는 "장애 학생 4명당 1명의 특수교사가 배치돼 있어야 하지만 실제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장애 학생이 4명 이상이더라도 특수교사 1명만 있는 일이 많다"며 "특수교육실무사도 중증 장애 학생 1명당 1명이 배치돼야 하나 한 학급에 1명만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꼬집었습니다.
 
특수교사들이 장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실제 지난달 9일 서울 은평대영학교에서는 국어 교과 담당 교사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뺨을 세게 때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장애 학생이 인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학교 구성원들이 감추기 바쁘다는 게 문제"라면서 "우리나라는 인권에 대한 개념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윤 대표는 우리나라 특수교육이 '통합 교육'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너무 '분리 교육'에만 치중해 왔다"며 "통합 교육 선도학교인 '정다운 학교'가 더 보편화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특수교육에 대한 인력·재정 지원이 더 이뤄져야 한다"면서 "장애 학생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특수교사 증원 속도는 너무 느리다"고 일침했습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장애 학생을 특수학교·특수학급으로 분리해 교육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비장애 학생과 함께 배우는 '통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 부모들이 장애 학생을 특수학교·특수학급에 보내는 데 애로사항은 없나요?
 
아무래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수가 부족한 편이라 힘듭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수가 적다 보니 과밀학급인 경우도 많은데 인력은 필요한 만큼 없어 장애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정부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을 기준으로 산출한 법정 정원은 장애 학생 4명당 특수교사 1명입니다. 하지만 실제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한 학급에 장애 학생이 4명 이상이더라도 특수교사 1명만 배치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교육실무사도 중증 장애 학생 1명당 1명이 있어야 하나 한 학급에 1명만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통학 거리가 먼 것도 불편합니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 수가 적어 서울에서도 장애 학생이 학교에 가기 위해 2시간가량 이동해야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4시간 수업을 받고자 등·하교 시간으로만 4시간을 쓰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빨리 개선돼야 합니다.
 
- 장애 학생을 키우는 부모들이 느끼는 우리나라 특수학교·특수학급의 현실은 어떤가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 장애 학생을 보내더라도 비교적 '통합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통합 교육'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 학생들을 비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되는 걸림돌로 취급합니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장애를 가진 중·고등학생의 경우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일반 학교는 돌봄의 개념이 없지만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은 종일반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을 '분리 교육'하는 체제가 정착돼 있습니다. 그래서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전국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보다는 '통합 교육'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함께 교육받을 수 있도록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통합 교육'이 잘 안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술이나 체육과 같은 예체능 수업은 같이하고 국어·수학·영어 등 좀 더 어려운 과목은 따로 수업합니다.
 
- 특수학교·특수학급 교사들의 수업은 어떻습니까. 특수교사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전국적으로 특수교사들이 장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도전적인 행동을 하는 장애 학생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렇게 도전적인 행동을 하는 장애 학생이 있을 때는 행동 지원 전문가가 도와줘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인력 지원이 없는 데다 행정 업무 등 다른 업무도 많다 보니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장애 학생이 인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학교 구성원들이 감추기 바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인권에 대한 개념이 너무 부족합니다. 또 현재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교육권과 학습권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소통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 특수교육 제도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을 '분리 교육'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장애 학생들이 '분리 교육'을 받으면 성인이 돼서도 비장애인들과 분리돼 살아야 합니다. 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장애인들도 지역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통합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부분 '분리 교육'을 합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에 '분리 교육'이 아닌 '통합 교육'을 하라고 지적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 학교 특수학급을 '통합 교육'이라고 인식하지만 UN은 이를 '통합 교육'으로 보지 않습니다.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아야 '통합 교육'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부분도 문제점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장애인을 불쌍한 대상,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가르치는 등 애처롭게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장애인을 그냥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자 친구·동료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특수교육 제도와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제대로 된 '통합 교육'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일반 교사와 특수교사, 특수교육실무사 등 여러 사람이 협업해 수업을 진행하는 통합 교육 선도학교인 '정다운 학교'가 전국에 100여 개 정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더 보편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너무 '분리 교육'에만 치중돼 왔습니다.
 
또 특수교육에 대한 인력·재정 지원이 더 이뤄져야 합니다. 장애 학생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사가 증원되는 속도도 너무 느립니다. 유아 교육의 질도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한국 사회가 어느 순간 특수교육의 양적 팽창이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질적 팽창을 하려는 와중에 여러 갈등이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등이 SNS 등을 통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법원까지 가기도 합니다. 최근 통합 학급에서는 장애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가해자가 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이는 구성원들 간 소통이 부족해서 생긴 일입니다. 학교가 학폭위 전에 인권중재위원회를 열어 대화로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가 이러한 부분들을 학교 구성원의 문제로 치부하면 안 됩니다. 좀 더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그에 따라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교육부가 특수교육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교사나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장애 학생을 특수학교·특수학급으로 분리해 교육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비장애 학생과 함께 배우는 '통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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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