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 벗어난 이태원…참사 극복은 ‘아직’

참사 8개월만 매출 3/4 회복…유동인구 늘어
상인들 참사 부담 토로…‘박희영 출근’ 변수 촉각

입력 : 2023-06-14 오후 5:09:34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이태원 상권이 참사 8개월여만에 4분의 3 수준까지 회복하며 유령도시에서 벗어났습니다. 다만, 여전히 참사의 충격이 일부 남아있어 완전한 극복까지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10월29일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 상권을 찾는 발길은 뚝 끊겼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존의 세계음식문화거리 이미지 대신 이태원 참사의 충격만이 사람들에게 각인됐습니다.
 
특히, 평일 유동인구가 급감해 평일 저녁장사를 안 하는 가게가 늘면서 전체 매출이 참사 이전 대비 3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지난 9일 이태원 거리를 찾은 시민들. (사진=뉴시스)
 
다시 불 켜진 거리, 50~70% 회복
 
어두컴컴하기만 하던 거리가 눈에 띄게 환해진 건 최근 한두 달 사이입니다.
 
아직 예전만은 못하지만 평일에도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했고, 점점 거리에 불도 켜졌습니다.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더해지며 주말에는 제법 예전과 비슷한 느낌까지 준다고 입을 모읍니다.
 
신한카드 기준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 1동의 5월 매출액은 참사 직전보다 76.3%까지 회복했습니다.
 
KT가 집계한 이태원 1동 5월 유동인구도 75.6%까지 상승했습니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부회장은 “두어 달 전만해도 평일에 아예 안 열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다니니 동네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다”며 “몇 달 전과 비교하면 굉장한 발전도 했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줘 유령도시는 벗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50~70% 수준을 오갑니다.
 
업종별로 가게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이태원 토박이인 A씨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전체 분위기를 보면 아직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며 “술 파는 곳은 많이 좋아졌겠지만 업종별로 아직 차이가 심하고, 상품권을 6개동이나 쓸 수 있게 하니 이태원에 안 모이고 해방촌이나 한남동으로 빠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상인 B씨는 “20~30대가 많이 오는 게 저희한테 중요한데 한 달쯤 전부터 많이 보이기 시작해 안도하고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며 “다른 상권도 불경기인걸 감안하면 주말은 확실히 좋아졌으며, 상품권이나 행사를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1일 이태원 거리를 찾은 시민들. (사진=뉴시스)
 
상인들 "참사 부담 여전"
 
여전히 상당수의 상인들은 참사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른 상인은 “참사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지만 일상으로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큰 상황에서 참사라는 단어가 나오는 자체가 부담스럽고 언급이 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고 토로했습니다.
 
상인들은 지난 13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변수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보석으로 풀려난 박 구청장은 출근 이후 유가족 면담 의사를 밝혔지만, 유가족들은 연일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는 등 강경하게 맞서고 잇습니다.
 
한 상인은 “상권 활성화가 원활하지 않던 부분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과, 다시 참사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 둘 다 있다”고 말했으며, 다른 상인은 “유족들이 다시 시위하며 동네 분위기가 다 죽어 힘들게 하니 구청장이 책임질 부분을 책임졌으면 좋겠다”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8일 용산구청에서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이 박희영 구청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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