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케이뱅크, 외형성장에도 경쟁사에 밀려…택한 전략은

신상품 포트폴리오 부족 지적
오토론 시장 진출·중저신용자대출 확대 계획

입력 : 2023-06-2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11: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치열해져 가는 인터넷은행들의 추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앞선 금리 경쟁력을 무기로 한 자동차 대출(오토론) 시장 진출과 중·저신용자대출 확대 등을 달성하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담보대출'을 적극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케이뱅크)
 
외형 성장에도 깊어져 가는 고민
 
20일 회사 경영공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수신 잔액은 전년 동기(11조5446억원)보다 5조953억원 증가한 16조6399억원, 여신 잔액은 전년 동기(7조8078억원)보다 4조1342억원 증가한 11조942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이자이익도 지난해 1분기(824억원) 대비 205억원 늘어난 1029억원을 달성하면서 외형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케이뱅크의 몸집 불리기는 경쟁 인터넷은행들과 비교했을 때 수신 잔액에서는 1위 카카오뱅크(323410)(29조3000억원)에 뒤지고, 3위 토스뱅크(9조3000억원)보다 2조6400억원 앞서는 데 그쳤고, 여신 잔액에서는 카카오뱅크(40조2000억원)는 물론이고 토스뱅크(22조원)에게도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수익성을 살펴보면, 케이뱅크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나 줄어든 1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52.5% 증가한 10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카카오뱅크와 당기순손실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적자 폭을 57.2%나 줄인 토스뱅크와 비교하면 홀로 뒷걸음질 친 상황이다. 영업이익도 케이뱅크는 같은 기간 55.6% 감소한 120억원을 기록한 반면, 카카오뱅크가 54.3% 증가한 1364억원을 달성하면서 대조를 보였다.
 
케이뱅크의 순이익 감소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196억원) 대비 3배 이상인 60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에 추월당한 것은 물론 후발주자인 토스뱅크에 쫓기게 된 것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무기로 한 신상품 포트폴리오가 경쟁사에 비해 다양하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라며 "케이뱅크가 지난해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자를 지속해 온 토스뱅크가 같은기간 760억원의 충당금을 쌓고도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이상 적자 폭을 줄인 것을 생각하면 케이뱅크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나 '친구와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 '만보기' 등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혜택을 제공하는 토스뱅크에 비해 고객을 끌어들일 참신한 신상품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금리 경쟁력 활용,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
 
케이뱅크는 이 같은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바탕으로 한 상품 개발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달 1일부터 연 4.0%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특판을 시행했다. 5000억원 한도가 소진될 때까지 진행한 특판으로, 가입 가능 금액 100만원 이상으로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지난 6일 한도가 소진됐다. 특판과 3·6개월 상품에 대한 0.2%포인트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예금 판매가 전주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는 게 케이뱅크 측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모임비플러스' 상표권을 등록했는데, 하반기에 자사의 수시입출금통장(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에 모임원이 참여하는 형태의 모임통장 출시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앞서 플러스박스 금리는 올해 초 연 3.0%까지 높아지기도 했고, 이달 현재까지도 2.5%를 유지하고 있어 은행권 파킹통장 금리 중 높은 수준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목표 달성 숙제
 
앞으로 케이뱅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는 중·저신용자(KCB 신용점수 기준 하위 50%) 대상 대출 확대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로 꼽히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 확대 영업을 이행하도록 권고하면서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 공시하게 규정짓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23.9%로 전년말보다 오히려 1.2%p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토스뱅크는 40.37%에서 42.06%, 카카오뱅크는 25.4%에서 25.7%로 각각 소폭 오른 것과 대조를 보인 결과다.
 
케이뱅크가 올해 말까지 목표치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2%를 달성을 내세웠음에도 경쟁사에 비해 대출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증가가 어깨 위의 큰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용점수 650점 이하 저신용자 대상 신규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마이너스 통장 신규 판매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 750점 이하 중신용자 대상으로 8%대의 높은 금리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82%로 전년 1분기보다 0.34%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94%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0.3%p 올랐다. 경쟁사인 토스뱅크의 1.04%에 비해 0.1%p 낮지만 공격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있는 카카오뱅크(0.43%)보다도 0.51%p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케이뱅크는 신용대출과 달리 연체가 발생해도 담보물을 경매로 매각하면 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정성이 있는 '담보 대출'에 공을 들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담보 대출이랄 수 있는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 지난달까지 5회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69∼4.73%, 변동금리는 신규 구입 자금·대환대출·생활안정자금 대출금리로 연 3.95∼5.72%에 제공된다.
 
오는 7월에는 중도상환수수료 없는 자동차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하면서 오토론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보증서를 통한 담보 대출 방식을 내세워 100% 비대면 서비스를 구축해 경쟁 캐피탈사들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확대 계획을 통해 "올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이행을 위해 고객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BS 모형 세분화를 추진하고, 케이뱅크 프레임워크 고도화 추진(개인과 개인사업자 이원화)과 함께 채권관리 강화 및 회수모형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오토론은 아직 초기단계라 자동차 대환대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신차 구입 시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면서 "케이뱅크가 경쟁사에 추격을 당하거나 추월을 당했다는 건 과한 표현이며, 당행은 자체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실적과 경험을 토대로 한 안정적인 계획과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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