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J팝 ‘결합'…신 글로벌 그룹 나올까

입력 : 2023-06-22 오전 8:01:0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K팝과 J팝의 경계를 넘고 싶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선배님들이 K팝으로 세계를 하나로 만드시는 걸 보며 꿈을 키웠어요. 어떤 언어를 쓰든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앤팀' 의주)
 
BTS 소속사 하이브의 일본 법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의 첫 글로벌 그룹 '앤팀(&TEAM)'이 던진 출사표입니다. 작년 12월7일 데뷔한 9인조의 이 그룹은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의 일본 본사 하이브 재팬(HYBE JAPAN)과 산하 레이블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이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 '앤 오디션 - 더 하울링 -'(&AUDITION - The Howling -)을 통해 결성됐습니다.
 
지난 2020년 국내에서 방영된 엠넷 '아이랜드(I-LAND)'에 출연했던 케이(K)·니콜라스(NICHOLAS)·의주(EJ)·타키(TAKI)가 주축 멤버로 한국·일본인 멤버들이 섞여 있습니다. '아이랜드'는 하이브와 CJ ENM의 합작 레이블 소속인 보이그룹 '엔하이픈(ENHYPEN)'이 결성된 오디션입니다.
 
K팝과 J팝의 시스템이 한 데 어우러진 하이브의 첫 실험작인 셈. 최근 두 번째 미니 음반 '퍼스트 하울링 : 위'와 관련한 쇼케이스 자리도 일본 도쿄 롯폰기 힐즈 아레나에서 열리고 전 세계 온라인으로 생중계됐습니다.
 
BTS 소속사 하이브의 일본 법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의 첫 글로벌 그룹 '앤팀(&TEAM)'. 사진=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앨범에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창작진들이 참여했습니다. '앤 오디션- 더 하울링-'부터 함께 한 프로듀서 겸 음향 감독 소마 겐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게일(GAYLE)의 글로벌 히트곡 'abcdefu' 프로듀서 피트 내피(Pete Nappi) 등이 제작진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방시혁 총괄 프로듀서를 필두로 프란츠(FRANTS), 슬로우 래빗(Slow Rabbit), 슈프림보이(Supreme Boi) 등 하이브 작가진들도 뭉쳤습니다.
 
K팝을 동경해서 아티스트를 꿈꿨다는 일본인 멤버 후마는 "앤팀은 공감·다양성을 중시한다. 장르에 국한되기 보다 여러 음악과 퍼포먼스로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우선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2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비슷한 움직임은 이미 다른 기획사들에서도 있어왔습니다. 2020년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이 공동으로 진행한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한 일본 걸그룹 ‘니쥬’가 대표적입니다. 니쥬는 JYP가 일본 현지에서 9명의 일본인을 선발한 뒤 K팝 육성 시스템을 입혀 제작한 그룹입니다. J팝이 하드웨어가 되고 K팝이 소프트웨어가 된 셈. 칼군무와 화려한 영상 등을 결합시키는 'K팝 제작 시스템' 자체를 현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데뷔 1년 11개월 만에 여성 아티스트 사상 최단기간 일본 내 돔 공연장 입성 등의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2020년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이 공동으로 진행한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한 일본 걸그룹 ‘니쥬’.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대형기획사 출신이 아님에도 멤버 전원 일본인인 걸그룹인 ‘XG’는 작년 한국 음악 방송에서 데뷔했습니다. 칼군무 등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치며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오는 2023년 하반기 론칭할 그룹 NCT의 일본 현지화 팀인 'NCT 도쿄'를 준비 중입니다. 일본인 멤버 비중을 늘리고 일본 미디어 기업과의 협업으로 데뷔 인원 선발 및 팀 론칭 과정을 전 세계 팬들과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를 누비는 K팝이 일본 내 현지 음악 시장까지 깊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변화에 회의적인 태도와 폐쇄성을 보이던 J팝은 시장 규모가 15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 데 비해, 오리콘 차트 상위 10위 내 K팝 비중은 2010년 9%에서 2021년 37%로 증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한국 기획사 문을 두드리는 일본 아이돌이나 지망생이 늘고 일본에 K팝 시스템을 전파하는 흐름이 늘고 있습니다. K팝 시스템의 J팝 이식 전략이 BTS를 잇는 글로벌 그룹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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