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매년 이맘때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됩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살고 사용자는 동결해야 산다고 아우성입니다.
엔데믹 첫 해인 2023년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금속노조 등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기존 9620원에서 최소 1만2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난방비와 전기·가스·수도 요금 상승 등으로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있다는 게 근거입니다. 반면 사용자는 같은 이유로 시급을 올리면 문 닫을 수 밖에 없다며 임금 동결을 외치고 있죠. 특히 소상공인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으로 사용자 부담을 덜어달라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와 근로자 단체가 모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세종시에서 열린 6차 회의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결론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1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촉구하며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적힌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7차 회의를 하루 앞둔 21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집회엔 전국 17개 광역지회원과 업종단체 회원 등 10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개회사에서 "코로나 3년 끝났나 했더니 삼중고 고환율·고금리·고물가, 거기에 난방비 에너지 요금, 가스비·전기료 폭탄, 거기에 최저임금 인상, 거기에 더해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하면 저희가 살 수 있겠느냐"고 외쳤습니다.
노동 강도가 낮고 생산성도 높지 않은 업종인 편의점과 택시업, 운송업, 숙박업, 음식점 부분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오 회장은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이) 48.7% 올랐다"며 "최저임금 복합 위기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가게 문을 닫을 것인지 고용을 멈출 것인지 결정해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고 싶지만, 한달에 마이너스 200만원씩 찍으면서 직원을 줄이면 줄이지 어떻게 월급을 더 올려줄 수 있느냐"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CU 편의점주 김미연 대표는 "저희 편의점주들은 24시간 쉼 없이 가게를 지키다 과로사로 죽는다"며 "지금의 단일한 최저임금 구조는 낮은 노동강도로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적게 받고 일하겠다는 노동수요를 고용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선숙 눈부신하루를 원장도 "단일한 최저임금을 강제하려면 저희같은 도제시스템으로 손끝기술을 전수하는 업종에는 일정 수련기간에 최저임금의 50%를 정보가 보조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종범 풍전쭈꾸미 대표는 "지금 수준보다 최저임금이 더 오른다면 단언컨대 가게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빙로봇이건 조리로봇이건 도입해서 고용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근거는 최저임금법 4조 1항입니다. 이 법은 노동 생산성과 소득 분배율 등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한 때는 해당 법 도입 첫 해인 1988년 이후로 없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의 권리와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32조를 들어 최저임금 차등 적용론을 반박합니다. 금속노조는 13일 '최저임금 대폭인상 금속노조 전국순회 투쟁단'을 출범 선언문에서 "고용 불안, 저임금, 사회복지가 없는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죽음을 부추기고 있다"며 최저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7차 회의는 22일 열립니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까지 일주일 남았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