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소형 가전에 입이 있다면 지금쯤 웃고 있을 겁니다. 연초 고물가 방어에 안간힘을 쓰던 가전 업계가 여름 매출로 실적 상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에 따른 폭우가 예상되는데요. 소비자들은 폭염과 태풍, 집중 호우를 앞두고 제습기와 음식물 처리기 구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6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은 '초슬림 제습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월2일 출시 이후 5월 말 1차 완판을 기록했고 이달 7일, 16일, 21일, 23일, 그리고 이날까지 여섯 차례 완판했습니다.
SK매직 초슬림 제습기. (사진=SK매직)
SK매직은 올해 제습기 판매량을 예상 목표의 세 배 이상으로 내다봅니다. SK매직 관계자는 "현재 매번 2000~3000대 물량을 준비해 판매하고 있지만, 예약 주문 등 수요가 폭주해 물량이 입고되는 대로 품절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목표 판매량이 몇 대인지는 대외비라고 합니다.
SK매직은 제습 용량 13ℓ에 두께 22㎝로 최대 62㎡(19평)까지 이용할 수 있는 점, 물통 분리 없이 배수할 수 있는 연속 제습 기능에 바퀴도 달린 점이 이 제품 인기 요인이라고 합니다.
쿠쿠홈시스도 이달 제습기 판매량이 급속히 늘었습니다. 쿠쿠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6월 판매량이 급속하게 늘었다"며 "판매 활성화로 인한 물량 부족에 따라 긴급 생산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쿠쿠홈시스 제습기 전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07% 이상 늘었습니다.
신일전자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편의성이 한층 강화된 '18L 상부식 제습기'를 출시하고, 데이터홈쇼핑 채널을 병행해 제습기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일은 새 제습기 일일 제습량이 18ℓ이고 허리 굽혀 물통을 분리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웁니다.
그간 가전업계는 가파른 원자잿값과 물가 상승 영향으로 업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SK매직 영업이익은 2021년 712억6000만원에서 2022년 634억96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021년 305억원, 2022년 305억6400만원으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2분기 영업이익은 2021년 139억원에서 2022년 99억64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쿠쿠홈시스 영업이익은 2021년 1641억2000만원에서 2022년 1199억43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021년 1192억4400만원에서 2022년 866억80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신일전자 영업이익은 2021년 96억원에서 2022년 28억2800만원으로 하락했습니다. 반기 영업이익은 2021년 57억2800만원에서 2022년 32억25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역대급 장마에 관련 가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반기 매출도 덩달이 뛰고 있는 모습입니다. 소형 가전 매출 상승 요인은 또 있습니다.
스마트카라 음식물 처리기 ‘이노베이션’. (사진=스마트카라)
날이 더우면 음식물 부패와 냄새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에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5월 20~59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음식물 처리기는 필수 가전이 아니어서 보유율은 낮지만 구매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응답자들은 '향후 1년 이내 구매 또는 렌탈 희망 가전제품'으로 음식물 처리기(22.1%)를 꼽았는데요. 구입 1순위 역시 음식물 처리기(6.8%)였습니다.
이 같은 응답은 실제 음식물 처리기 구매로 이어졌을까요. 매출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SK매직이 지난해 6월 출시한 '에코클린 음식물처리기'는 올해 4월 누적 1만대 판매를 넘겼습니다. 이때부터 음식물 처리기 판매량이 매달 전월 대비 40% 이상 늘었습니다. 이달부터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의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스마트카라의 '이노베이션'도 음식물 수분을 최대 99.65% 제거해 가루로 만들고 부피도 최대 95% 줄여주는 기능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국내 음식물 처리기 시장 보급률을 5~10%로 추정하고 시장 성장이 가파를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 밖에도 여름 효자상품 판매량은 늘고 있습니다. 쿠쿠홈시스의 1~5월 얼음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20% 이상 올랐습니다.
산뜻한 빨래 건조와 욕실 습기 제거에 유용한 에어 서큘레이터에 거는 기대도 큽니다. 신일 관계자는 "올해 무더위와 장마로 인해 에어서큘레이터가 지난해보다 더욱 인기를 끌 것을 예상하고 있다"며 "2015~2023년 누적 출고량 360만대를 올해 400만대까지 넘을 수 있도록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