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없애도 사교육 여전” 교육계 '풍선효과' 우려

전교조 “문제 어려워 학원 가는게 아냐, 줄세우기가 원인”
학부모단체 “수능 150일, 불안감에 사교육 늘어날 것”

입력 : 2023-06-26 오후 5:30:1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교육부가 출제단계부터 킬러문항을 없애는 등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했지만, 교육계는 다른 분야로 여전히 사교육이 계속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전반적인 사교육 경감방안에 대해서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교총은 “교원이 소신 갖고 열정으로 가르칠 교실환경 마련이야말로 사교육 경감의 밑바탕”이라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즉 킬러문항을 수능 출제 시 배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교총은 사교육 경감 대책의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교총은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변별력을 갖춘 출제방안을 마련하고, 학생·학부모의 혼란과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사교육대책이 풍선효과는 없는지 촘촘히 살피고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해도 난이도 '상' 문제가 더 많아진다면 100점을 향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사교육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학원들이 여러가지 불안 마케팅을 할 것”이라며 “사교육 수요가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에 킬러 문항 배제로 논술이나 준킬러, 난이도 상 문항까지 감안해서 살펴보고 후속적인 보완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의 이번 발표를 평가절하하면서 실질적인 사교육 경감 효과가 없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은 “난이도 문제가 사교육 문제하고 상관이 없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는데 계속 그냥 자기 생각대로 하는 것 같다”며 “문제가 어려워서 학원 가는 게 아니고 남들보다 1점이라도 더 많아져야 되기 때문에 점수 위주로 대학을 갈 수밖에 없도록 공고화돼서 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선발하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화하거나 수능체제를 자격고시화한다든지 근본적으로 아이들을 점수 하나로 줄 세워서 대학 가는 방식이 사교육의 원인”이라며 “사교육을 없애자고 하면서 사교육에서 하던 걸 공교육으로 그대로 가져오자는 정책을 발표하면 사교육에 영향이 전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위해 연단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입시업계 "변별력 확보, 현장 혼란 최소화 필요"
 
입시업계 역시 사교육 풍선 효과를 예상하며, 변별력 확보와 현장 혼란 최소화를 내다봤습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은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불안함을 갖고 있어 이를 해소하려는 시도를 어떤 식으로든 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기본적으로 줄을 서게 하려면 시험을 어렵게 내는 방법밖에는 없어 일종의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소장은 “학생들이 조금 더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더 정확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을 점검해 보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뉴스나 정책 발표에 막 휘둘리기보다는 자기가 평소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어떻게 정확하게 정말로 풀고 있는 건지를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고 수험생들에게 조언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역시 “고난도 킬러 문항이 기존 상위권 변별력의 핵심 문항들인데 이 문항들이 빠지면 뭘로 대체되는지, 현재 정답률이 한 40%대로 나오는 중간 난이도 문제가 다시 어려운 문제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신유형이 출연을 하면서 문제가 조금 변별력 있게 출제되는 건지, 아니면 중간 단위로 문항 수 자체가 늘어나서 변별력이 있는 영역으로 들어가는지 아니면 중간 난이도가 조금 더 높아지는 것인지 다변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예측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학부모단체들도 이번 대책 발표가 혼란을 가중시킬 뿐 사교육 개선의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수능을 150일 앞둔 상황에서 고3 엄마들은 지금 어떡하냐고 멘붕에 빠져 분노보다는 전부 다 황당해하고 있다”며 “특권학교인 자사고를 유지한다는데 사교육은 킬러문항을 없애도 줄어들지 않고 불안감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되는데 제대로 된 대책을 못 낸 채 학부모·학생을 더 불안하게 만들어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단톡방에 ‘앞뒤가 맞지 않는 사교육 경감 대책이다’, ‘고교서열화를 조장하고 일제고사 부활을 하겠다는 것은 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지’, ‘더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는데 사교육은 늘어날 것” 등의 반응이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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