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전략 '복지 곳간엔 빗장'…불평등·양극화 해소는 '뒷전'

건전재정 기조 내년 예산안·중기 재정 운용 반영
"소득 재분배 기능·사회 인프라 투자 약화 초래"
"부자 감세 철회·세입 확충 방안 제시해야" 촉구

입력 : 2023-06-28 오후 6:48:4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부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사회 보조금의 효율화·합리화'를 앞세우면서 나라 곳간의 빗장이 복지 분야를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 기후 위기 등 현재 우리 사회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에 대한 지출 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8일 정부가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내민 2024년 예산 편성 방향은 '건전재정 기조 유지'로 읽힙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발제에서 "정부는 어려운 세입 여건하에서도 건전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되 국가의 본질적 기능, 미래 대비, 약자 복지에는 집중 투자해 민생 회복과 경기 활력을 확실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최근 부정·비리가 적발된 국고보조금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과 그동안 성과가 미흡한 저출산 대응, 지역 균형발전 사업의 재정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또 글로벌 석학과의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약자 복지 강화, 국격에 걸맞은 전략적 ODA 투자 등 내년 예산 편성 시 투자 중점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2023~2027년 국가 재정 운용 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재정비전 2050'에 포함할 계획입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전재정과 감세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현재 세수 결손을 통해 이미 잘못됐음이 드러났다"며 "어떤 토끼를 잡는 것이 좋겠냐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현재 재정 상황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복지 지출을 늘리고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기조"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장에서 제일 싫어하는 예측 불확실성만 확대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2023~2027년 중기 재정 운용과 2024년 예산 편성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사진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대응해 진행한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회의에 대응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재정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재정비전 2050'에 종합적 위기 대응을 위한 처방약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간·기업·시장 주도의 경제 활성화와 부자 감세, 그리고 긴축재정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불평등·양극화 해소 등 주요한 과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자기 살림의 지표만 살피느라 가계 살림은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공성은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기겠다', '부자들 세금도 깎아주겠다', '나라 살림 최대한 줄여서 운영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소득 재분배 기능과 사회 인프라 투자, 공공 서비스 약화를 초래하고 각종 위기에서 다수 시민의 삶을 지탱해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역대급 호우가 예상되는 장마철을 맞았지만, 정부는 반지하 거주자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LH공사는 지난해 단 1호의 지하층 주택도 매입하지 못했고 올해 5월에는 전세임대주택 예산의 고갈로 제도 시행 이후 최초로 전세임대주택 입주 신청을 중단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정부는 사회적 재난이 돼 버린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2024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돌봄의 국가 책임과 지역 사회 중심의 복지 실현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우리 사회에 적극적 재정 운용을 통한 복지 지출 확대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사회적 요구"라며 "또 정부는 더 많은 재정을 보건·복지·고용 등 사회안전망 강화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며 필연적으로 식량·에너지 불평등 문제 등을 야기하는 기후 위기 대응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겉으로만 번드르르한 건전재정의 망령에서 벗어나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세입 확충 방안을 제시해 조세 정의를 확립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 각 영역에서 직면한 위기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시민 삶의 질 향상과 공공성을 강화할 예산을 확실하게 반영하고 편성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2023~2027년 중기 재정 운용과 2024년 예산 편성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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