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 십수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고용 불안에 따른 중장년층의 은퇴와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자영업자 폭증 현상이 맞물리면서,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의 급격한 팽창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치킨이 한국인 특유의 '소울 푸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점주들과의 상생을 내세워 많은 가맹점주들을 유입, 성장가도를 달려왔는데요.
이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장과는 별개로 가맹점주 상당수는 아직도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들은 본사의 갑질, 강매, 과도한 유통 마진 등 구조적 문제점에 신음하며 착취의 악순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피고 업계 현황에 대해 낱낱이 진단하기 위해, 최근 1개월 간(5월 23일~6월 23일) '치킨 빅 3'로 꼽히는 bhc·교촌·BBQ 가맹점주 각각 50명, 총 150명을 대상으로 업계 현황과 업체 만족도에 대한 전수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치킨 가맹점에서 점주가 치킨을 튀기는 모습과 bhc·교촌·BBQ 로고. (출처=뉴시스·각사/제작=뉴스토마토)
bhc·교촌·BBQ는 최대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할 만큼 식품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흑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이에 반해 가맹점주들은 이렇다 할 마진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뉴스토마토 설문조사에 따르면 3개 업체 점주들은 창업 이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2~3년 정도 걸렸고, 일부 업체는 아예 적자를 면치 못하는 비중이 30%에 달했습니다.
업계 관계자 절반 이상은 본부가 절대 유리한 유통 마진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닭 가격 등 원재료 가격 부담과 본사로부터 지정되는 다양한 필수품목 부대비용 발생으로, 점주가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없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합니다.
그럼에도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사실상 '갑을 관계'로 얽히다 보니 이 같은 이익 공유를 요구하기는커녕, 부당한 경험이나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강매, 사전 동의 없는 판관비, 가격분 인상 전가 등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조리에도 대다수 점주들은 개선을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개선 사항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요구한다 해도 본사가 수용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괜한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가맹점주들 과반이 가맹본부에 대한 만족도가 현격히 낮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업계는 그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공정하지 못한 이익 분배와 점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만큼 전반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업체와 가맹점주가 잘못된 계약 관행을 바로잡고 진정한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에 나서야, 착취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진정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부흥을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