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김정은 정권 타도’, ‘북한 체제 파괴’ 등과 같은 대북 강경 발언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통일부 수장에 걸맞은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대통령실은 29일 오전 김 후보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자는 1959년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버지니아대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외교통상부 인권대사를 역임했고, 윤석열정부에서는 ‘신통일미래구상’을 가다듬는 통일부 자문기구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을 상대로 주민 인권 개선을 압박해 왔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 상황 변화 시 대규모 난민 처리 방안 등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김 후보는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을 지내면서, 학계에서 대표적인 강성 대북 원칙론자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김 후보자는 수년간 언론 기고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북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그는 <펜앤드마이크>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난 4월 기고문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뤄져서 남북한 정치 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자는 또 이달 초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이 교착상태를 활용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더욱 더 강력한 억제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통일부가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 ‘상호주의와 실사구시적 공동이익 실현’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과는 괴리가 있는 발언입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지난 2019년 7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이 쓴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강도높게 비판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윤 대통령에게 김 교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시민단체 '겨레하나'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 교수가 ‘김정은 정권 타도’ 등과 같은 대북 강경 발언을 해온 만큼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남북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