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정부가 외교와 노동계 현안 등에 부딪히며 재계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습니다. 대기업에 우호적인 정부지만 지나치게 뚜렷한 색깔 노선이 무역갈등과 노사분규를 부추겨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친미일 노선의 반대급부로 중국과 소원해지며 수출실적이 나쁜 것도 부각됩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경기둔화 및 자급력 확대 등 구조적 문제에다 외교적 불화가 더해졌다는 불만을 보였습니다. 최대수출시장인 중국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외교는 중립이 최선이지만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329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3% 올랐지만 조업일수가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만족할 수 없습니다. 일평균수출액은 2.0% 감소했습니다. 국별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대한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최대수출시장인 중국에서 12.5% 감소한 영향이 컸던 셈입니다. 앞서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전체 4.4% 감소했고 올 들어서도 1월 31.1%, 2월 24.2%, 3월 33.1%, 4월 26.5%, 5월 20.8%씩 줄어들었습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으로 좁히면 부진이 더 두드러집니다. 삼성전자의 대중국 매출은 2021년 59조7247억원에서 2022년 54조6998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또 올 1분기는 7조9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14조8607억원의 반토막이 됐습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이 1분기 148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동기 249억원에서 적자전환한 차이가 큽니다. 충칭 공장과 다른 중국 공장은 실적이 소폭 개선됐지만 적자폭을 보전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대차도 중국 판매실적이 해마다 급감했습니다. 2020년 45만대였던 수치는 2021년 35만대, 2022년 25만대로 매년 10만대씩 증발했습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 5월 역내 4위로 전년보다 2계단 밀려나 경쟁국에 비해서도 열세입니다.
한국이 대중 강경노선을 취하는 사이 정작 미국은 중국과 화해무드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미 국무장관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관계 안정에 합의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반목했던 미국과 중국이 실리에 따라 외교가 움직이는데 우리만 필요 이상 열냈던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기조 아래 노사갈등이 심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강성노조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만 직원들에겐 어용노조도 못지않다”며 “노사간엔 타협과 중재가 최선인데 노정에 지나치게 감정이 섞인 구도”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