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면서 차세대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HBM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기술력 기반으로 격차 좁히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3일 엔비디아와 AMD, 자일링스, 인텔 등 주요 AI 칩셋 제조사들은 자사 반도체에 HBM 탑재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이들 4개사가 HBM을 탑재해 제작한 AI 반도체 칩 개수는 지난해보다 50.4% 늘어난 2117개로 전망됩니다. 내년에는 이보다 33.9% 증가한 2834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입니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고용량 D램이 필수입니다. 전체 서버 D램 시장에서 HBM의 비중은 1.5%에 그치지만 최근 AI 열풍이 불면서 메모리 불황 돌파구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올해 전 세계 HBM 수요는 지난해보다 60%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HBM 수요가 올해 2억9000만GB, 전년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HBM 수요 증가는 엔비디아와 AMD를 탑재한 AI 서버와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를 개발 중인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업체(CSP) 덕분이라는 설명입니다.
사진=연합뉴스
HBM 시장 확대가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40%), 미국 마이크론(10%) 순입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D램 매출에서 4세대인 HBM3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미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출하 중이며, 양산 준비도 마쳤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을 갖춘 5세대 제품인 HBM3P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제품에 사용할 상표권 선점에도 나섰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스노우볼트', 5월에는 '샤인볼트'와 '플레임볼트'라는 이름의 상표를 연달아 출원했습니다. 신규 출원 상표들은 클라우드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생성형 AI 등에 사용될 차세대 HBM 제품군에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HBM 제품 브랜드명에 '볼트'라는 이름을 붙여왔습니다. 아쿠아볼트(HBM2), 플래시볼트(HBM2E), 아이스볼트(HBM3) 등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HBM 차기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 선두 지위를 굳힌다는 전략입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HBM3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4월에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12단 적층 HBM3 24GB 패키지 개발에 성공, AMD 등 고객사로부터 샘플에 대한 성능 검증을 받았습니다. 5세대인 HBM3E도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제품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고객사에 HBM3E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