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간경변증, 합병증으로 생명위협

초기는 무증상, 병증 악화될수록 근경련·피로·구토 증상나타나

입력 : 2023-07-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으로서 탄수화물, 지방, 호르몬, 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에 관여하고 소화작용을 돕는 쓸개즙을 생산합니다. 간은 신체 내에서 합성되거나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독소를 해독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간 기능이 저하되면 여러 신체적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간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 또는 손상이 지속돼 간의 섬유화가 발생하게 되며, 이로 인해 간의 형태가 울퉁불퉁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간경변증은 상태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데요. 간에 생긴 섬유화가 쌓여서 발생한 간경변증은, 초기에는 대부분 무증상이며, 병이 진행되고 나서야 비로소 피로감과 근경련, 체중 감소, 심한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한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간경변증이 악화돼서 원래 정상상태로의 회복은 매우 어렵습니다.
 
간경변증은 그 자체보다 황달, 복수, 위식도 정맥류와 출혈, 간성혼수 등 합병증이 문제가 되는데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에 하나가 위식도 정맥류입니다. 간으로 흘러가야 할 혈류가 제대로 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간문맥 혈관의 압력이 높아져서 비장이 붓고, 위와 식도의 정맥들이 팽창합니다. 이 때문에 혈관이 파열되면 대량의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게 됩니다. 위식도 정맥류 출혈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질환인데요.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은 B형 간염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지속적이고 과도한 음주, C형 간염이 그다음 순입니다. 10∼15%는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나머지 10∼15%는 알콜의 과다 섭취와 그 외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합니다.
 
10년 이상 과다하게 술을 마신 사람의 10~20%는 알콜성 간경변에 걸리는데,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알콜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간의 성상 세포에 콜라겐이 쌓이도록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사진=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제공)
 
주요원인은 'B형 간염'…완치없는 '만성질환'
 
만성 알콜 중독의 경우 알콜성 간염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콜성 간염 자체가 간경변을 직접적으로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만성 간염 보유자이며 비만인 상태에서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경우에는 간경변 발병 확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특히 고도비만과 알코올 중독,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인 경우에는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기간은 한 가지 원인으로 간경변이 진행되는 것보다 몇 배나 단축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자신의 간세포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성되고 면역세포가 정상적인 간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간질환, 비만이나 당뇨병, 고지혈증으로 인한 비알콜성 지방간도 영향을 미칩니다.
 
간경변증의 진단은 과거 병력을 확인하고 혈액, 초음파, CT 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이뤄집니다. 섬유화 정도 확인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원칙이지만 출혈 및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어,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간 탄성도 검사를 통해 통증과 출혈 없이 간 섬유화 진행 단계를 확인하는 추세입니다. 
 
간은 재생이 잘되는 장기로 염증이 생겨도 쉽게 회복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염증과 회복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간세포가 재생되지 못하고 죽은 세포 주위로 간섬유화가 진행됩니다. 섬유조직의 증식이 반복되다보면, 간의 전반적인 조직구조가 변형되기 시작하고 결국 구조적 변형으로 인해 간기능에 이상이 생깁니다.
 
한번 굳어진 간을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이기 때문에 간경변증 치료의 목표는 섬유화의 진행을 막고, 간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추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인 질환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성 B형 간염과 만성 C형 간염의 경우 약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며, 금주와 함께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비알콜성 지방간의 경우 대부분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체중조절도 필요합니다. 합병증의 정도가 심해 생명을 위협할 수준이라면 간이식을 고려합니다.
 
정영걸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경변증은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 질환이면서, 장기적으로는 간암 발생의 위험도를 현저히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예방과 조기진단이 필수"라고 조언했습니다.
 
정 교수는 "특히 간질환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 남용이 만연한데 대부분은 간에 대사돼 오히려 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서 장기간의 치료와 관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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