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 계획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으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보고서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오는 8월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민들 사이에선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알프스 평가 빠진 IAEA 보고서…법적 책임도 없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IAEA의 보고서가 오염수 방류를 위한 적정한 근거가 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은 여전합니다. 보고서에 오염수 속 방사성 핵종 함유량을 배출 허용 기준치 이하로 맞춰줄 핵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에 대한 평가가 빠져있는 데다가, 샘플을 통한 안전성 점검은 실제 수십만톤에 이르는 오염수를 장기간 재정화하는 것과는 다른 점에서 IAEA가 안전성을 확실히 검증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오염수 방류가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에 주는 영향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에선 "이웃나라 인구에 대한 추정 피폭량이 무시할 만하다"고 단정지었습니다. 특히 보고서 도입부에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향후 결과와 관련해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문구를 담은 것은 전체적으로 보고서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부분으로 꼽힙니다.
또 보고서 내용과 별개로 미국(25.1%)과 중국(14.5%)에 이어 일본(7.7%)이 IAEA에 대한 출연금이 세 번째로 많은 점, IAEA가 '원자력 산업 진흥기구'라는 점, 이 조사를 일본이 IAEA에 요청해 이뤄졌다는 점 등이 보고서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엔 IAEA의 보고서가 일본 정부 측의 로비를 받아 작성됐다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날 IAEA의 보고서 발표 내용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향후 IAEA와 일본 정부가 제시한 실시·점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IAEA와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연근해 방사능 조사도 현재 92개소에서 200개소로 늘리는 등 우리 바다와 우리 수산물의 안전 관리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IAEA가 공개한 최종 보고서 내용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구체적인 평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일일 브리핑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중심으로 우리 자체 검토 작업이 2년째 진행 중"이라며 "최종 발표할 때 IAEA 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내용도 같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7~9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방한 기간 정부의 보고서에 대한 최종 평가가 정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일 정상회담 초읽기…수산물 수입 압박 분수령
반면 중국과 태평양도서국 등에서는 IAEA 보고서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분출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일본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현과 인접한 미야기현 의회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8월 중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담에서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 등과 관련해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전날에도 일본 정부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동일본대지진 뒤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의 철폐가 계속 정부의 중요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게 단순히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은 그동안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규제했고, 이번에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게 되면 근거 조항이 없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로선 국내에서 '외교적으로 해결됐는데 수산물 수입 문제를 왜 다시 회복시키지 않느냐'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