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구정지·계속운전' 엇갈린 고리원전 '명과 암'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 고리1호기 '해체 준비'
2호기 재가동 목표…포화 다가오는 핵연료 저장조
원전 계속운전 여부 두고 갈등 여전
한수원 측 "계속운전 '선택'이 아닌 '필수'"

입력 : 2023-07-17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세종정부청사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부산 기장군의 작은 마을 고리. 이 곳에는 푸른 동해 바다와 맞 닿아 있는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해 있습니다.
 
한국 원자력 발전 역사에서 상징적 장소로 통하는 이 곳은 고리 1·2호기가 나란히 붙어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영구 정지 원전인 고리 1호기와 달리 고리2호기는 계속운전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였습니다.
 
지난 12~13일 <뉴스토마토>가 한국 원자력 발전 역사의 상징적 장소로 통하는 부산 기장군 고리를 찾아 고리 원자력 발전소 1·2호기를 둘러봤습니다. 사진은 고리원자력본부.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2,3,4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2017년 영구정지를 결정한 한국의 첫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이자 최초의 영구정지 원전입니다. 고리 1호기의 연장 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성 등의 이유로 영구정지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안전모에 안전화까지 갖춰 신고 들어간 고리1호기 터빈룸에는 전기가 생산되는 가장 최종 단계인 발전기와 터빈 등의 설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해당 설비에는 각각 '영구정지 관련 미사용설비'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정상운전 당시 분당 1800바퀴를 회전하는 등 전기를 생산했을 터빈은 그대로 멈춘 채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고리1호기는 현재 사용후핵연료 냉각과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하면서 최종해체계획서 인허가 심사를 받는 중입니다. 해체 승인을 받으면 폐기물처리시설 구축과 비방사성계통 구조물 철거를 먼저 수행한 후 방사성계통의 구조물을 제염, 철거해 폐기물을 처분장으로 이송하게 됩니다. 이후 부지에 남은 방사선을 조사, 평가하는 등 최종 해체에 돌입하게 됩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전소 정지 후에는 핵분열생성물 등 방사성물질의 추가 생성이 없고 기존 방사선 준위도 낮아져 정상운전 상태에 비해 방사선량이 매우 낮아진다"며 "해체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안전하게 해체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2~13일 <뉴스토마토>가 한국 원자력 발전 역사의 상징적 장소로 통하는 부산 기장군 고리를 찾아 고리 원자력 발전소 1·2호기를 둘러봤습니다. 사진은 고리1호기 터빈룸. (사진=한국수력원자력)
 
650MW급 고리2호기는 고리1호기와 대조적으로 활기가 도는 분위기입니다. 1호기 터빈룸에서 나와 몇 걸음 이동하니 2호기 주제어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주제어실은 발전소를 운전하는 곳으로 비행기의 조종석과 같은 곳입니다. 수많은 버튼 사이 원자력 출력 0%, 발전기 출력 0MW의 계기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동은 멈췄지만 사용후핵연료 냉각 기능 유지 및 각종 기기 점검, 테스트 등으로 평소와 다름 없이 주제어실 3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1983년 7월 25일 상업운전에 돌입했던 고리 2호기는 지난 4월8일 40년 운영허가기간이 끝나 멈춘 상태입니다.
 
국내 원전에는 노형에 따라 30년, 40년, 60년씩 운전허가기간을 부여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계속운전을 신청하는 등 안전성 평가를 거쳐 10년씩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고리2호기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규제기관에 제출했습니다. 이후 올해 3월에는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습니다. 현재 규제기관의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한수원은 2025년 6월경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13일 <뉴스토마토>가 한국 원자력 발전 역사의 상징적 장소로 통하는 부산 기장군 고리를 찾아 고리 원자력 발전소 1·2호기를 둘러봤습니다. 사진은 고리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수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주제어실을 뒤로 하고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고리2호기 보건물리실로 향한 곳은 사용후핵연료저장조입니다. 이 곳을 진입할 때는 방호가운과 모자를 쓰고 장갑·양말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삐삐처럼 생긴 방사선측정기를 가슴에 착용합니다.
 
가로 16.7m, 세로 7.9m, 높이 12.75m의 수조의 물 안에는 고리2호기에서 지난 40년간 사용한 연료 869다발이 보관돼 있습니다. 부산 시민 전체가 9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1955억kWh 가량의 전력을 생산해 온 고리2호기의 연료가 보관된 곳이라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방사능 물질이 몸에 묻지는 않았는지 걱정 끝에 오염검사를 측정한 결과, 방사능 수치는 '제로'였습니다. 물이 가장 훌륭한 차폐 역할을 한다는 말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였습니다. 
 
2032년 저장조 포화가 예상되면서 한수원은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인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989년부터 8차례에 걸쳐 방폐장 입지 선정을 시도했지만 매번 주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현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3개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정부와 업계는 원전 부지 안에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점이 다가와 영구처분시설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원전 지역 주민들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원전 부지 내 추가 저장 시설을 설치하면 결국 원전 지역이 최종처분장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에 담긴 원전 계속운전 여부를 두고도 갈등이 있습니다. 거대양당 법안은 최소한 설계수명까지 원전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 포화 전 원전을 폐기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한수원 측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에너지안보 확보와 탄소중립 달성, 국가 비용 절감 등을 위한 원전 계속운전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2, 3, 4호기, 한빛1, 2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결과 계속운전 기간 동안 안전성이 확보되고 관련 법규의 선량 기준치를 충분히 만족함을 확인했다"며 "향후 자체 설비개선 등을 통해 더욱 안전한 원전으로 만들어 저렴하고 청정한 원전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고리2호기 외부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부산=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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