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독감까지 소아 환자 늘어나는데…의료공백 현실화 우려

코로나19 전주비 35.8%↑…소아청소년 22.3% 늘어
코로나19 등급 하향 논의 속 여전한 '후유증 포비아'
봄철 독감 유행 장기화…7~18세 연령층 환자 집중
"인력 부족 심각…확산 지속 시 소아 진료공백 올 것"

입력 : 2023-07-27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가파르게 '재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에 이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까지 겹치면서 아이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 연령대를 위주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소아 내과 환자의 폭증을 또 다시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과목에 대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소아 의료공백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7월 3주(16~22일) 주간 신규 확진자 수가 25만3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3만6261명으로 직전 주 2만6705명 대비 1만명 가량 증가했습니다. 
 
확진자 추이를 보면 6월4주 1만7441명→7월1주 2만1856명→7월2주 2만6705명→7월3주 3만626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루 4만명 돌파…소아청소년 확진자 수 22.3%↑
 
이달 들어 2~3만명대 수준을 보였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18일 4만1995명을 시작으로 19일 4만7029명, 20일 4만861명, 21일 4만2500명, 23일 4만1590명으로 연일 4만명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는 24일 1만6784명으로 급감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말 간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월요일에 발표되는 확진자 수는 주말 간 검사 결과 확진자 수를 반영하기 때문에 주중에 비해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명의 환자가 평균적으로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수인 감염재생산지수는 1.19로 6월 말 이후 4주 연속 1을 넘기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발생률은 전주 대비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습니다. 60세 이상 노인층 확진자 수는 전주 대비 44.0%,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자 수는 22.3% 증가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7월 3주(16~22일) 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25만3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최근 8주간 전국 확진자 수 및 발생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주간 위험도'와 관련해 전국, 수도권, 비수도권 모두 '낮음' 단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간 위험도는 지난 1월 이후 27주째 '낮음'을 유지 중입니다.
 
방역당국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를 통해 "당분간은 산발적인 유행이 반복될 것"이라면서도 "치명률이 감소해 질병에 대한 부담은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조정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입니다. 개정안은 내달 3일까지 기관, 단체, 개인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합니다.
 
현재 코로나19는 결핵, 홍역, 콜레라, 장티푸스 등과 함께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며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의미하는 2급 감염병으로 분류합니다.
 
등급 조정에도 우려는 '여전'…유행 더 확산될 듯
 
문제는 코로나 유행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는 8월부터 전 세계 약 158개국에서 4만3000명의 청소년이 모이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전북에서 열립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군중이 모이는 행사입니다.
 
질병청은 행사 기간 중 긴급출동지휘차량을 배치하고 현장대응팀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감염병 발생을 예방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감염병 신속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등급의 하향 조정을 예고했지만 아직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방역 지침을 해제하였고 휴가철, 등교 등의 영향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중증도는 낮지 않더라도 후유증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검사는 아직 상시적으로 필요하며 후유증 예방을 위해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7월 3주(16~22일) 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25만3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소아 진료를 보는 의사 모습. (사진=뉴시스)
 
한여름 이례적 '독감'도 소아청소년에 '집중'
 
여름철 코로나19 확진자 수 뿐만 아니라 독감 환자가 늘고 있는 점도 이례적입니다. 코로나19 환자와 함께 증가하는 독감 환자는 소아청소년에 집중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질병관리청 집계를 보면 7월 2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발생은 외래환자 1000명당 16.9명으로 최근 3주 연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통상 여름철에 접어들면 인플루엔자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올해 6월 말 이후에도 유행이 꺾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연령대별로 독감은 소아청소년층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 연령층인 7~12세가 43.0명으로 가장 높았고 13~18세 25.2명, 1~6세 18.5명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방역당국은 "최근 5년 동기간 대비 독감 발생이 이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겨울철, 봄철 2번의 유행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봄철 유행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여름철에도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일 전쟁과 같다"
 
경기 동탄에 거주하는 학부모 신모(43) 씨는 "아이 진료를 보는 날은 그야말로 전쟁 같다"며 "진료시작 시간에 맞춰서 가거나 퇴근 후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2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짧은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신 씨뿐만 아닙니다. 최근 맘카페 게시글들에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기 시간을 묻는 게시글이 빈번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 발생이 늘어난데 다, 줄어드는 소아청소년과 병원 수, 전문의 수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연구원 측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서울 내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456곳으로 5년 전 521곳에서 12%가량 줄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환자가 줄며 병원이 감소한 것입니다. 
 
줄어든 환자로 인해 소아청소년과는 '전망이 어둡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젊은 의사들도 외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전공의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연차별 수련 현황'을 보면 전국 1~4년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018년 850명에서 올해 304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도 지난 2020년 68.2%에서 2022년 27.5%로 떨어졌습니다.
 
이인학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경기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진료과목에 대한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도 소아청소년과로 잘 안 오려고 한다"며 "소아청소년과 특성상 100명을 잘 진료해도 1명 진료를 잘 못하면 안 좋은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 진료에 몹시 섬세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인력부족 상황에서 코로나19와 독감의 확산이 지속되면 소아청소년의 진료공백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실에 맞는 수가 조절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7월 3주(16~22일) 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25만3825명으로 전주 대비 35.8% 증가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진료 대기하는 어린이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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