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선진국은 '처벌권·징계권' 보장…"교권·인권 양립해야"

영국, '타당한 처벌 권고 지침' 마련…독일도 교사 징계 권한 법으로 보장
전문가 "교사 생활지도권 행사 범주 명확히 설정 필요…학생 인권과 같이 가야"
당정,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과 학생인권조례 개정 조속히 추진하기로

입력 : 2023-07-26 오후 4:01:43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를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주요 국가 가운데 영국과 독일은 교사의 처벌권·징계권을 보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지금보다 더 확실히 보장해 주되,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상충하는 게 아닌 만큼 함께 조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영국, 학생 교실 밖으로 강제 추방·근신 조치 등 가능…독일도 수업 배제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이 최근 마무리됐으니 일선 현장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 계획'을 곧바로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의 장과 교원이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권 보호 제도·정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교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3년 '타당한 처벌 권고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해당 지침은 학생이 학교 행사 등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학생의 행동이 다른 이의 행동에 지장을 주는 경우 등의 상황에서 교사가 교실 밖으로의 강제 추방, 근신 조치, 방과 후 강제 훈육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는 등의 경우에는 물리적인 접촉을 해서라도 해당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도록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징계 권한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교권 침해 상황이 발생하면 교사가 그 즉시 학생에게 경고하고, 수업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생 행동에 변화가 없으면 교장이나 교원위원회 논의를 거쳐 퇴학까지 가능합니다.
 
영국과 독일은 교사의 처벌권·징계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교실 모습.(사진 = 뉴시스)
 
"학생 인권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교권과 조화되도록 해야"
 
전문가들은 교사가 생활지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과 범주를 명확히 설정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교권과 학생 인권은 충돌하는 사안이 아니므로 학생 인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한 학생의 문제 행동으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방해받는 상황 등에서는 교사가 해당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거나 방과 후에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 필요하다"면서 "필요할 경우 물리력도 동반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을 매우 세세히 기재하거나 학교 보안관과 같은 직책만 물리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교권 보호 방안만 만든다면 지금의 '학생인권조례'를 그대로 둬도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교사들이 생활지도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소한 모든 행동이 아동학대로 간주되기 때문인 만큼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거나 '아동학대처벌법'에 저촉되지 않는 현실적인 생활지도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생의 책임 부분을 강화하고 교사의 생활지도 범주도 명확히 해서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교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당정, 법 개정과 함께 교원 생활지도 방식 등 기준 담은 고시안 마련
 
한편 여당과 정부는 이날 '교권 보호 및 회복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 회복을 위한 관련 법 개정과 '학생인권조례'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학부모와 교원 간 소통 기준을 개선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합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당정협의회 이후 브리핑을 통해 "'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을 중점 과제로 선정해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일선 학교 현장 교원의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의 기준을 담은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도 다음 달 내에 마련하고, 고시 취지를 반영해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권 보호 및 회복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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