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유증…클리노믹스, CB 상환 '빨간불'

확정 발행가 최초 대비 40% 하락…자금운용 계획 차질 불가피
대표이사 40% 청약 의지 표명 '초강수'
유증 자금 전부 채무상환…회사 빚 떠넘기기

입력 : 2023-07-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클리노믹스(352770)의 자금 조달 규모가 축소되면서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유상증자 흥행을 위해 유상증자 직후 무상증자를 진행하는 유무상증자 카드까지 꺼냈지만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축소된 자금 조달 규모로 인해 주주들이 회사 채무만 떠안은 모양새가 됐습니다.
 
바이오주 호황 때 찍어낸 CB…상환은 주주들이
 
(그래픽=뉴스토마토)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유상증자를 계획했던 클리노믹스가 최종 발행가액을 3540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공모로 진행되며, 총 780만주의 신주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증자비율은 발행주식총수의 55.70% 수준입니다.
 
확정된 발행가액은 당초 계획했던 5720원 대비 38.11% 낮은 가격인데요. 이에 따라 최종 유증 규모 역시 446억원에서 276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유상증자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클리노믹스의 자금 운용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예정됐던 투자들이 모두 무산됐죠.
 
클리노믹스가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전환사채(CB) 때문인데요. 앞서 발행했던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클리노믹스는 상장 후 7개월여 만에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요. 당시 코로나19로 바이오주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클리노믹스 역시 진단키트 관련주로 언급되던 때였죠. 클리노믹스는 전환가액 1만5629원에 CB를 발행했습니다. 당시 최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가격은 최초 전환가의 70%인 1만940원으로 결정됐죠.
 
다만 클리노믹스의 주가는 코로나19 특수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공모가 1만3900원에 상장했던 클리노믹스 주가는 지난 2021년 최저 리픽싱 가격인 1만원대까지 하락했고, 주식전환가능 시점이 도래한 지난해 7월에는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갔죠.
 
지난 28일 종가 기준 클리노믹스의 주가는 4720원으로 전환가액 대비 2배 이상 낮은 가격입니다. 회사와 특수관계에 있지 않은 이상 CB의 주식전환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죠. 
 
유증 흥행 위한 '초강수'…최대주주 지분까지 매각
 
클리노믹스는 유증 흥행을 위한 ’초강수‘를 뒀는데요. 유증 발행가액에 기준가 대비 25%의 높은 할인율을 제공했으며, 유상증자 후 보통주 1주당 0.5주의 무상증자 진행카드까지 꺼냈습니다.
 
박종화 클리노믹스 최대주주는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본인소유 주식까지 팔았죠.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는 경영진 책임 강화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간 유증을 진행하는 많은 기업이 유증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최대주주는 유증에 소극적으로 임해 ’도덕적 해이‘란 지적을 받아왔죠.
 
박 대표는 배정된 물량의 40% 수준의 참여를 예정하고 있는데요. 부족한 유증 자금을 채우기 위해 보유주식 76만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으며, 신주인수줜증서 75만9000주도 매각했죠.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화한 37억4950만원은 유증 참여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주식 매매와 관련해 박 대표는 “최대주주로서 주주와 투자자, 주관사에 책임감을 보이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자금여력이 크지 않아 불가피하게 보유 주식 중 일부를 블록딜 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주에게 떠넘긴 회사 빚…흥행 여부는 '글쎄'
 
유증 흥행을 위한 ’초강수‘에도 클리노믹스 유증 흥행 여부는 장담하기 힘는 상황입니다. 주가 하락으로 유증 규모가 급격히 줄면서 자금 운용계획이 모두 틀어졌기 때문입니다.
 
클리노믹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에 발행했던 CB를 모수 상환할 계획이었는데요. 최초 유증 규모 446억원 중 300억원을 CB 상환계획에 포함했습니다. 나머지 146억원은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죠.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유증 규모가 급격히 줄면서 자금 운용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지난 27일 결정된 최종 유증 규모 276억원으로 유증 이후 CB의 전액 상환도 힘들어진 상황이죠. 기존에 계획됐던 시설투자 등 계획은 모두 사라졌고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전액은 CB상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만약 유증 흥행에 실패할 경우 자금조달 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클리노믹스는 유증 주관사인 SK증권과 실권주 인수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유증 흥행 실패로 발생하게 되는 실권주는 SK증권이 인수금액의 12.0% 추가수수료를 받고 인수하게 됩니다. 수수료 지출로 조달자금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는 책임 경영 의지로 받아들여진다”면서도 “다만 블록딜로 유증 이후 오히려 지분율이 더욱 줄어들 예정인데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채무상환만을 위한 유상증자는 회사의 채무를 주주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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