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대그룹이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 전망됩니다. 현정은 회장과 쉰들러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H&Q코리아 사모펀드가 그룹 지배회사인 현대네트워크 전환사채 등을 확보해 지원하기로 한 것이 배경입니다. 즉, 사모펀드 투자금의 출구전략은 전환가능주식의 지분가치 상승이며 이를 위해 지주전환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31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장외거래로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보유 주식을 전량 현대네트워크에 매도하면서 개연성이 커졌습니다. 현대네트워크는 현정은 회장 등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이며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입니다. 현대네트워크 자산 중 현대엘리베이터 지분가치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 이번 거래로 자산은 더 커졌습니다.
현대네트워크 자산은 작년 말 연결 기준 2046억원이었습니다. 개별 기준으로도 1954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가치만 1600억원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1분기 말 기준 현대네트워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0.6%였습니다. 현정은 회장은 7.8%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매매거래 후 현정은 회장은 0%, 현대네트워크는 19.26%가 됐습니다. 19.26% 지분가치는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시가총액 1조6000억여원 기준으로 3000억원 정도 됩니다.
공정거래법상 강제지주회사 전환 기준인 자회사(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가액이 모회사(현대네트워크)의 자산총액 50% 선을 이미 넘었습니다. 또다른 전환 조건인 모회사의 자산총액 5000억원 도달 기준에만 미달하는데, 현대네트워크 자산은 현대엘리베이터 시총을 따라 매년 성장했습니다.
더욱이 H&Q코리아가 현대네트워크 전환사채와 현대엘리베이터 교환사채 등을 매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쉰들러와의 주주대표소송에서 패한 현정은 회장이 회사에 1700억원을 배상한 게 발단입니다. 이 돈을 메꾸려 현정은 회장과 현대네트워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H&Q코리아는 이들의 대출 상환을 도우면서 쉰들러와의 다툼에서 우호지분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엠캐피탈로부터 고금리 담보대출을 받았던 현정은 회장과 현대네트워크는 8월11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번 매매를 통해 시간을 벌었습니다. 현정은 회장은 담보 잡힌 지분을 매도했고 현대네트워크는 하나증권, 교보증권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서 계약기간이 연장된 신규 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현대네트워크가 지주전환 시 공정거래법상 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게 과제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H&Q에 발행할 교환사채를 활용하거나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적분할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며 "인적분할 시 현대네트워크와의 합병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분기말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는 4.2%이며 쉰들러와 경영권 분쟁을 배경으로 추가 취득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