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민주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연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 중심에 김은경 위원장의 '입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요. 최근엔 노인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혁신위는 1일 김 위원장의 '여명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혁신도 걷어찬 김은경 혁신위가 사과도 거부하면서 '혁신위 무용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혁신위 수장에 지명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김 위원장 발언이 꾸준히 설화를 빚으면서 혁신위가 오히려 민주당의 또 다른 위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또 도진 '노인비하 DNA'…혁신위가 혁신 '방해'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청년세대의 정치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다”며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윤형중 대변인도 “사과할 일은 아니고, 세대 간 갈라치기로 소비할 사안이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청년 의사를 반영할 것인가 하는 절실한 문제에 대한 사안”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둘째 아이가 22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일 때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냐’고 질문했다”며 “평균 여명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어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 그럴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습니다.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 오른쪽은 김은경 혁신위원장. (사진=뉴시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인 비하성 발언이라는 비판이 확산했습니다. 청년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취지로 꺼낸 얘기였다지만, 야당의 혁신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김 위원장이 ‘노년층 투표권 과대대표’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혁신위는 곧장 해명문을 내고 “우리 정치는 세대·지역·계급 간 불균형을 조정하고, 과소 대표되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논의를 위해 예시로 꺼낸 중학생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인 프레임이자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진정 혁신할 것은 갈등적 세계관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표 계산을 앞세워 극단적 국민 분할 지배 전략으로 선거에 접근하는 민주당의 구태”라며 “둘째 아들 발언을 왜곡해 사안을 정쟁화하고 세대 갈라치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여당은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의 과거 노인 비하 논란까지 거론하며 김 위원장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대표는 ‘60대·70대는 투표를 안 해도 된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망언을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돈봉투·이낙연·초선'까지…"혁신위가 위기 진원지"
문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선임 직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논란에 휩싸이자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이라고 정정했죠.
박광온(가운데) 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당내 계파를 살려 정치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해 이 전 대표 측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같은 달 20일 KBS 라디오에서는 당내 초선 의원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를 겪은 학생'에 비유했다가 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유감을 표했죠.
당 내부에서는 김은경 혁신위가 오히려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본지에 “전체 발언 내용을 보면 비하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발언에 좀 더 신중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혁신이 아닌 소란만 만들어 내고 있다”라며 “이러한 행보로 볼 때 김 위원장이 과연 어떤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위기를 타개해보려고 만든 혁신위가 또 다른 위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