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신세계' 시대③)지마켓·옥션 인수…오히려 독 됐다

SSG닷컴·지마켓 연이은 적자 행진
유기적 결합 실패…신세계그룹의 전략적 실수

입력 : 2023-08-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이마트(139480)는 지난 2021년 이커머스 플랫폼인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인수에 3조5591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은 서울 성수동 본사까지 매각하며 지마켓글로벌 인수에 과감하게 베팅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지마켓과 SSG닷컴은 연이은 영업손실을 내며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진출을 위해 지마켓과 옥션을 인수했지만, 오히려 독이 든 성배가 된 것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SG닷컴과 지마켓 두 곳에서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SSG닷컴은 지난해 영업손실 11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연간 영업손실은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2억원으로 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SSG닷컴의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올해 1분기 실적을 자세히 보면 △2022년 3분기 영업손실 231억원 △2022년 4분기 영업손실 219억원 △2023년 1분기 영업손실 15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SSG닷컴 측은 적자 폭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마켓도 SSG닷컴과 같은 상황입니다. 지마켓은 지난해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11월 이마트에 인수된 후에도 적자폭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22년 1분기 영업손실 194억원 △2분기 영업손실 182억원 △3분기 영업손실 149억원 △4분기 영업손실 130억원 △2023년 1분기 영업손실 109억원입니다. 지마켓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정용진 부회장이 2021년 6월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이 무리한 베팅이었단 지적이 제기됩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금액을 베팅하며 인수를 성사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자금 일부를 본점 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했지만 상당 부분을 차입성 자금으로 조달했습니다. 수익성 지표로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입니다.
 
SSG닷컴 쓱배송 서비스. (사진=SSG닷컴)
 
과도한 경쟁 여파…마진 감소가 영업손실 주원인
 
지마켓과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지급수수료와 광고 선전비 등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하는 마진 감소 요인이 원인입니다. 지급수수료는 온라인 사이트 운영비용과 결제 수수료, 물류센터 운영 수수료 등으로 구성됩니다. 지마켓은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통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기준 1조3841억원의 매출 중 5809억원은 직매입 비용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마켓은 개발자의 추가적인 채용으로 사이트와 인터페이스(UI), 개인화 서비스 부문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지마켓 관계자는 "그간 사이트와 UI, 개인화 서비스의 경쟁력이 약했다. 이 부분을 개선해 고객들을 유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균형 성장 전략을 채택해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멤버십 고객 중심으로 혜택을 강화하고 물류 효율을 개선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마켓의 부진 여파는 이마트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습니다. 이마트 부채 비율은 2020년 말 112.83%에서 지난해 기준 146.24%로 증가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유통산업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이후 지마켓 인수 등 일련의 인수합병 영향으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며 "공격적인 온라인 물류 투자와 지마켓 인수 등 투자 집행 이후 시간이 지난 만큼 투자성과를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기적 결합에 실패했다"
 
업계에선 이마트가 지마켓과 옥션을 인수할 시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2021년은 이커머스 기업가치가 높을 때였습니다. 이마트가 성수동 사옥을 매각하면서 자금을 확보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결과가 미진하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같은 경우에는 기업끼리 결합 시 유기적인 효과가 나오는데, 지마켓이 신세계그룹 내 편입됐지만 SSG닷컴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쿠팡의 앱을 보면 심플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접근이 쉬운 반면 지마켓과 SSG닷컴은 쉽지 않다"면서 "새벽 배송에서도 쿠팡에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가에 인수했지만 핵심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도 아마존이 뜨고 월마트가 망가지다가 월마트가 제트닷컴이라는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면서 상승세를 탔다"면서 "신세계그룹은 쿠팡과 대적할 경쟁력 있는 업체를 산출하지 못했다는 건 전략적인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월마트 컨설팅 맡은 이력 있지만 실적 개선은 지지부진
 
강희석 이마트 대표·SSG닷컴 공동대표. (사진=뉴시스)
 
강희석 이마트 대표·SSG닷컴 공동 대표는 신세계그룹이 지마켓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아 책임론이 거론됐던 인물이었습니다. 강 대표는 정 부회장이 힘을 다시 실어주면서 연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강 대표는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적까지 끌어올려야 한단 임무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과거 미국 월마트의 컨설팅을 맡은 이력이 있고, 프리젠테이션 강화와 통찰력이 좋단 평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SSG닷컴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실적은 악화일로인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SSG닷컴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강희석 대표가 물러날 줄 알았다"면서 "현재 SSG닷컴과 지마켓에서 성과가 안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룹 내에선 고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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