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문제 대학'으로 낙인찍히면서 개교한 지 1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출연금 삭감에 이어 각종 비위까지 드러나면서 다른 대학과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전 정부를 겨냥한 표적 감사란 주장도 나오면서 에너지공대를 둘러싼 논란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6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타당성 논란에도 에너지공대 설립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조만간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보수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청구의 하나로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전남 나주시 등 4곳을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에너지공대에 대한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산업부는 국회에서 지적한 에너지공대의 방만 운영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지난달 27일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4월 여권을 중심으로 지난해 9월 에너지공대에 대한 업무 컨설팅 결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고 한전이 이를 은폐했다는 내용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 차원의 감사가 진행됐습니다.
감사 결과 교수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연구비 목적이 아닌 곳에 사용하고 법인카드를 부적정하게 쓰는 등 운영 전반에서 다수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산업부는 에너지공대 이사회에 대학 운영을 총괄하는 윤의준 총장의 해임을 건의했습니다. 또 비위 관련자에 대해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등의 처분을 요구했습니다.
정부 압박에 지난 6월28일 한전 이사회는 올해 에너지공대 출연금 규모를 30% 줄이기도 했습니다. 금액으로는 300억원에 이릅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문제 대학'으로 낙인찍히면서 개교한 지 1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사진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사진=뉴시스)
에너지공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해 3월 나주시에 개교했습니다. 한전 등에서 출연금을 받아 '한전공대'라고도 불립니다.
에너지공대는 설립 초기부터 반대 여론에 부딪혔습니다. 대학 진학자 감소로 지방 대학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누적 부채를 떠안은 한전이 1조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 새로 대학을 설립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전 정부가 추진한 사업을 흠집 내기 위한 '표적 감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부가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 등 일부 비위 사항 적발을 빌미로 총장 해임 건의까지 한 것에 대해 지나친 조치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에너지공대는 "감사 결과 처분 요구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총장의 해임을 요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해당하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산업부 재심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위 다수가 적발된 만큼 타당성 감사 결과에 따라 에너지공대 존치를 놓고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는 에너지공대와 인근 과학기술 분야 대학과의 통폐합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는 한전의 출연금 축소와 방만 운영 개선에 대해선 필요성을 피력하면서도 통폐합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에너지공대 예산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과 그 그룹사·정부·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으로 조성돼 고통 분담과 함께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 집행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문제 대학'으로 낙인찍히면서 개교한 지 1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사진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요구' 규탄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