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의 보도 '교육청 신고'…협박에 떠는 교사들

현장 교사들, 교육청의 민원 확인·조사 절차 부담스러워 해…모든 업무 교사가 맡아
서면 답변·서류 제출 등 요구하면 야근…어쩔 수 없이 학부모 부당한 요구 들어주기도
교원단체, 교사 업무 부담 줄여줄 제도적 개선 필요…"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역할해야"

입력 : 2023-08-07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교육청에 민원 제기를 하겠다는 학부모들의 협박에 떨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민원 확인·조사 절차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이 접수받은 민원의 답변·해명을 학교 측에 요구하면 교사가 모든 업무를 맡아 처리해야 하는 만큼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원단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들이 민원 확인·조사 절차의 주체가 돼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학부모의 '교육청 신고' 협박에 확인·조사 절차 부담스러워 움츠러드는 교사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학교나 교사에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교육청 신고'입니다. 상위 기관인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 각종 확인·조사 절차로 학교와 교사를 귀찮고 번거롭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이 전화 또는 국민신문고로 민원을 접수받으면 총무과 민원팀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 부서나 교육지원청으로 배분합니다. 이후 담당자가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학교 측에 전화로 내용을 확인하거나 서면 답변, 서류 제출 등을 요구하게 됩니다.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일 때는 현장 조사를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접수받은 민원은 확인 결과나 조치사항 등을 민원인에게 알려줘야 하는 만큼 모든 민원에 대해 해당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교사들은 이러한 교육청의 민원 확인·조사 절차가 업무 부담을 가중시켜 학부모의 '교육청 신고' 협박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민원의 대부분이 교사에 대한 내용인데 학교 측이 해당 교사에게 직접 답변·해명이나 서류 작성 등을 시켜 안 그래도 수업 준비와 행정 업무 등으로 많은 일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A씨는 "학부모가 단순히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과장된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한다거나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신고하기도 한다"며 "민원 제기 절차는 간단하지만 해당 민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교사들은 서류 작성 등에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일과 시간에는 기존에 하던 학교 업무를 봐야 하니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이러한 절차들을 우려해서 학부모의 부당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들어주기도 합니다. 교육청으로 민원이 접수돼 일이 번거로워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는 "교육청에 민원이 들어가면 확인·조사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여러 가지로 피곤해 질 수 있다 보니 학부모들이 좀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교사가 감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면서 "민원 확인·조사 절차에서 교사의 부담을 줄여줘야 학부모가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도 압박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교육청 신고' 협박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민원 확인·조사 절차를 진행하면 교사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교사가 학교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교사 개인 아닌 학교 차원 공동 대응으로 업무 부담 줄여줘야"
 
서울시교육청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되는 민원은 연간 2만 건 내외로 하루 평균 60건 정도 됩니다. 교육청과 연관된 민원도 있지만 대부분이 단위 학교에 대한 민원입니다. 민원팀이나 국민신문고를 거치지 않고 담당 부서에 바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인 만큼 실제 교육청이 확인·조사 절차를 밟는 민원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청이 민원을 확인·조사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학교가 교사 개인에게 민원 확인·조사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맡기는 게 아니라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학교 차원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교육청이 민원에 대한 확인·조사 절차를 진행하면 관리자가 담당 교사에게 일을 다 맡기고 자신은 빠지는 게 다반사"라며 "교사들은 수업과 수업 준비, 다른 행정 업무 등도 많으니 교장·교감이 이러한 절차의 주체가 돼 서면 답변·서류 작성 등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교육청도 한 학부모가 이전에 확인·조사한 같은 내용의 문제 제기를 반복해서 한다거나 하는 악의적인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민원과 관련된 모든 부담과 책임을 교사에게만 지우는 게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공적인 체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학부모가 직접 문제 제기를 하든 교육청이 민원을 접수받아 확인·조사를 하든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이름으로 답변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해 교장·교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교사의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교육청 신고' 협박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민원 확인·조사 절차를 진행하면 교사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교사가 학교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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