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광주형 일자리 시즌1…시즌2는 '전기차'

GGM 출범 4년, 내년 캐스퍼 전기차 양산 돌입
전기차 상품성·생산차종 확대·수출 등 미래 과제
정부·지자체 지원 속 노사협력 유지 관건
광주시 미래차 국가산단 유치 기대감도

입력 : 2023-08-08 오후 3:51:12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부 1호 노사 상생형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다음달로 출범 4주년을 맞습니다. 짧은 기간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전기차 생산으로 미래 경쟁력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GGM이 생산하는 현대차(005380)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는 침체된 국내 경차 시장의 부활을 이끌었는데요. 내년 하반기부터는 캐스퍼 전기차 생산에 들어갑니다. 업계에선 캐스퍼 전기차의 성공적인 생산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선도도시 구축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광주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정문.(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8일 업계에 따르면 GGM은 오는 11월부터 전기차 생산 시설을 갖추기 위해 약 45일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고 모든 설비 설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이후 내년 상반기 전기차 시험생산에 돌입하고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2019년 9월 출범한 GGM은 광주그린카진흥원(지분율 21%)와 현대차(19%)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습니다. 현대차가 개발한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으로서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연 3500만원)을 받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교육·교통·복지 인프라로 뒷받침하면서 차량 가격을 낮추는 첫 상생형 일자리로 주목을 받았죠.
 
GGM의 첫 생산차종인 캐스퍼는 출시 이후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지난해 캐스퍼의 누적 판매량은 4만8002대에 달합니다. GGM은 지난해 총 5만대를 생산해 당기순이익 129억원을 기록하며 캐스퍼 양산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역시 1~7월 2만4572대가 판매되며 올해 현대차 SUV 모델 중 팰리세이드, 투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올렸습니다.
 
GGM 관계자는 "내년 7월부터 캐스퍼 전기차를 생산해서 판매가 잘 이뤄지면 35만대 이상으로 오랫동안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스퍼 흥행과 함께 성공적으로 출발했지만 GGM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캐스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처럼 흥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업계에선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시장에서 배터리 탑재 용량이 적은 경형 전기차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격도 중요합니다.
 
또 경차인 캐스퍼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른 차종 일감이 많아야 합니다. 모두 내수용인데다 경차시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캐스퍼 판매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캐스퍼 외 다른 차종 일감이 많아야 하는데 현대차 공장 간에도 물량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에 추가 물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공장.(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캐스퍼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을 쓸 수 없어 주행거리가 짧고 보조금을 받더라도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전체적인 가성비를 어떻게 느껴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글로벌 제작사들에게 위탁을 받아 2~3개 차종을 만들고 수출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을 해줘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 미래 먹거리, 균형발전 등의 측면에서 정부, 지자체, 제작사가 혼연일체가 돼서 미래지향적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사 안정도 과제로 꼽힙니다. GGM 노사는 누적 생산 35만대를 달성할 때까지 현재의 임금·복지수준을 유지키로 하고 노사 간 임금을 둔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협약했습니다. 하지만 일감이 떨어지고 실적이 부진해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GGM에서도 강성 노조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주거 지원 등 사회적 임금으로 보완하기로 했지만 직원들 체감도는 낮은 상황입니다. 실제 광주시가 당초 1인당 600만~700만원의 사회적 임금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평균 161만원 지원에 그쳤습니다. 근로자들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이 약속대로 이뤄져야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인기를 유지하려면 후속 모델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같은 노사 협력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35만대 생산 기간 동안 '노사 쟁의가 없다'라는 합의안이 철저히 지켜지고 품질 이슈가 나오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업계는 광주시가 지난달 '미래차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한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GGM이 위치한 광주 빛그린산단 인근에 조성되면 미래차 부품 클러스터 등 광주형일자리 시즌2 부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다음달부터 울산에 전기차 공장 착공에 들어가면서 GGM은 저가 차량 위탁공장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국가산단 유치로 정부로부터 연구개발 인프라 시설 조성 등의 지원을 받게 되면 GGM이 미래차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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