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8일 17: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일동제약(249420)이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일본 기업과 공동 개발한 코로나 치료제 '조코바'에 대한 정식 품목 승인이 길어지면서 실적 개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동제약은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면서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고 있어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자금 조달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사진=일동제약)
1분기 영업손실 57.45% 확대…신용등급도 A3로 하향 조정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48억원으로 전년 동기(94억원) 대비 57.45% 확대됐다. 일동제약의 영업손실은 2021년 연구개발비가 대폭 늘어나면서 시작됐다. 실제 영업이익과 연구개발비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각각66억원, 602억원에 머물렀지만, 이후 2021년에는 각각 -555억원, 956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도 -735억원, 1099억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적자와 연구개발비가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연구개발비율도 2020년 14%에서 2021년 19.3%, 2022년 19.7%로 늘었다.
이처럼 공격적인 R&D투자를 감행하면서 재무안정성도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말 일동제약의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246%, 83%다. R&D 투자 확대를 시작하기 전인 2020년(138%, 126%)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된 모습이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재무안정성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이하, 유동비율은 150%이상일 경우 안정적인 상태로 본다. 연구개발 확대로 지출 폭이 커지자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면서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동제약 신용등급은 최근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은 2021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등 수익성 저하,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따라 차입 부담 확대 전망, R&D 파이프라인의 투자 성과 발현 여부 및 시점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 등이다.
일동제약이 받은 A3등급은 단기적인 채무불이행 위험은 낮지만 변동성이 내재될 경우 부여된다. R&D투자를 늘리기 전인 2020년, A2(우수한 단기 신용상태, 단기적인 채무불이행 위험 낮음)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면서 하향조정된 것이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도 확대될 전망이다. 통상 기업의 신용 등급이 낮아지면 상환 위험성에 따라 이자가 높아진다.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자금을 조달해야 할 경우 사채, 어음 등의 발행으로 인한 이자 비용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일동제약이 지난달 단기차입금 300억원 증액 결정을 공시하면서 부채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액으로 유동성장기차입금을 포함한 단기차입금 합계는 13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총 부채 금액이 1600억원으로, 단기적 재무안정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코바 정식 품목 승인도 '대기'…R&D비용 감당할 수 있나
이 같은 상황에서 엔데믹 기조로 조코바의 정식 품목 승인이 대기 상태가 되면서 단기적으로 조코바에 의한 수익 창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정식 품목 허가의 경우 180일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조코바는 일동제약이 2021년부터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와 공동 개발한 먹는 코로나 치료제다. 지난해 임상을 완료한 후 올해 초 정식 품목 승인을 했지만 답보상태다.
조코바는 현재 긴급 승인 품목이 아닌 정식 품목 허가 신청을 진행 중이다. 긴급 승인은 감염병 대유행 우려로 진단 시약 등을 긴급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 허가 제품이 없거나 공급이 부족한 경우 한시적으로 제조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판단해 식약처에 신청을 하지만, 조코바는 긴급 사용 승인의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일동제약이 정식 품목 허가 신청을 했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에 식약처 대변인실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빠르게 선행적으로 품목들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다만, 제품 개별로 상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180일보다 빠르거나 늦어지는 경우도 있어 확실히 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일동제약의 다른 파이프라인(총 10개)도 현재 비임상 또는 임상1상에 있어 단기간 상용화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투입되는 연구개발비용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임상3상 이전 단계에서는 연구개발에 사용된 비용을 자산화하지 못해 비용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부터 연구개발비가 큰 폭으로 늘어왔다. 여기에 앞으로 조코바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없지만 임상2상 이하의 경우 한 단계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지출되기 때문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일동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R&D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상업화 추진과 함께 기술 및 물질 이전 등 라이선스 아웃 전략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코바는 현재 일본에서 상용화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 시오노기제약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올해 1분기 조코바 매출로만 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에서도 출시된다면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지만, 승인 시기가 늦어질 경우 실적 개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