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을 쇄신하겠다는 애초 출범 취지와 달리 친명(친이재명)계가 원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혁신안에 담는 행보로 비명(비이재명)계 반발을 사는 등 당내 분란만 자초했습니다. 약 두 달간 '친명 청부사' 활동만 하다가 혁신위의 문을 닫은 셈입니다.
'대의원제 칼질'한 혁신위…비명계 '무력화'
혁신위는 이날 3호 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최고 대의기구인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1인1표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인 민주당 현 당헌·당규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 중 대의원 할당량을 모두 권리당원에게 넘기라는 겁니다. 혁신위는 이날 "대의원제 제도는 현 당 체제 기반을 이루고 있는 만큼 폐지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현 대의원제에 칼을 댔습니다.
내년 4월 총선 공천 관련해서도 '공직윤리' 항목 신설하도록 당에 권고하기로 했고, 선출직 공직자 상대평가 하위 20%에게 경선 득표의 20%를 감산하는 현행 평가 기준을 강화해 하위 10%까지는 40% 감산, 10~20%는 30% 감산, 20~30%는 20% 감산 규칙을 적용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탈당이나 경선 불복자에 대한 감산은 현행 25%에서 50%까지 상향 적용하라고 했습니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혁신안 발표를 위해 국회 당 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친명계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 표 등가성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의 지지층 상당수가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인 점을 들어 대의원제 폐지는 곧 이 대표 체제를 견고히 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대했습니다.
비명계는 이번 혁신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비명계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의원제 폐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당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당원의 경우에도 권리당원에만 권한을 주고 있는데 외국만 해도 일반당원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혁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첫발부터 흔들린 혁신위…당내 계파 갈등 '최고조'
혁신위는 지난 6월 출범 직후 인선된 혁신위원 다수가 친명계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비명계 황희 의원을 혁신위원으로 추가 인선하는 시작부터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1호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했지만, 당이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청구 시'라는 전제 조건을 붙이면서 동력을 잃었습니다.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혁신위는 지난달 2호 혁신안으로 '꼼수 탈당' 금지를 비롯해 현 무기명인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제명됐던 김홍걸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결정하면서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여기에 혁신위를 이끄는 수장인 김 위원장은 '노인 비하' 발언 파문으로 대한노인회에 찾아가 공식 사과하는 등 '쇄신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혁신 대상이 됐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혁신위가 사실상 '친명 청부사'로 활동의 끝을 맺은 날,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관련해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아 당내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한 차례,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두 차례 검찰 조사를 각각 받는 등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